청와대는 27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은 전 위원이 부산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자칫 이번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우려하고 있다. 공직 감찰 기능을 맡은 감사원 고위관계자가 오히려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더욱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청와대 일부에서는 야당과 여당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국회 국정조사 조기 수용 등의 정면돌파로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은 전 위원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저축은행비리가 권력형 게이트로 넘어가느냐 마느냐 하는 고비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긴장은 이 대통령의 격노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이 대통령은 은 전 위원이 사직서를 낸 26일 이를 전격 수리한 뒤 오후4시30분께 민정수석실을 찾아 "성역 없이 모든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정말 화가 나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며 "민정수석실을 직접 찾은 것 자체가 대통령 심경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검찰수사가 끝난 뒤 결과를 보고 국회 국정조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야당의 조기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정권 때 '은행'이란 이름을 얻고, 노무현 정권 때 대출 한도가 없어지면서 누적된 저축은행들의 온갖 비리들을 국회에서 샅샅이 들춰내면 우리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7일 수석비서관을 제외한 전체 비서관들이 참여하는 확대비서관회의를 열고 국정운영에 대한 자유토론을 벌였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임 실장은 토론의 내용과 분위기를 에 나오는 반구저신(反求諸身)으로 정리했다"며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8일 임 실장 주재로 열리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국정운영 활성화 방안을 놓고 2시간 동안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양건 감사원장은 이날 정창영 사무총장에게 과장급 이상 모든 간부가 참석하는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게 해 정 총장을 통해 "감사 업무를 지켜야 할 원칙들을 철저히 준수하는 한편 오해 받을 만한 일이 없도록 처신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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