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러시앤캐시컵(이하 컵대회) 승부 조작과 관련해 검찰이 일부 선수를 추가 소환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승부 조작의 의혹이 제기된 해당 경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6일 승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브로커 및 광주의 A골키퍼와 대전의 B선수는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 환급금을 노렸다고 밝혔다.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컵대회 경기의 스포츠 토토 배당률을 분석해봤다. 승부조작은 해당 경기의 승,무, 패를 맞추는 프로토 게임이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1회 차에 축구,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등 대략 40경기가 대상이 되는데 최소 2경기이상의 승,무,패를 맞혀야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구속된 브로커와 선수들은 컵대회를 대상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 라운드에 6경기가 열리는 컵대회에서 동시에 2개 경기의 결과를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구속된 A와 B외에도 연루된 선수가 더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다.
그러나 광주와 대전의 당시 경기의 배당률을 살펴보면 고의적으로 져주었다고 가정할 경우 경기당 최저 1.4배에서 최고 1.9배 정도다. ‘축구 작전 세력’은 주로 선수를 매수하며 고의로 패배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선수가 같이 뛴 경기는 3월16일 경기였다. 광주는 강원을 상대로, 대전은 인천을 상대했다. 결과는 광주와 대전이 0-5, 0-3으로 패했다. 이럴 경우 홈팀 강원과 인천의 승리에 베팅 했을 경우
1.9배와 1.75배로 동시에 맞혔을 경우 곱하면 3.325배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프로토 한 게임의 상한은 10만원, 즉 10만원을 베팅했다면 33만2,500원을 환급 받는다.
올시즌 A는 4경기에 나섰고, B는 한 경기에 나섰지만 하프 타임에 교체됐다. A와 B는 지난 시즌에도 각각 1경기 출전에 그쳤다. 특히 승부 조작 혐의가 짙은 4월6일의 부산-광주, 대전-포항전에는 두 선수가 출전조차 하지 않았다. 광주가 0-1로, 대전은 0-3으로 패해 각 1.47배와 1.50배의 배당률로 2.205의 배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속팀에서 거의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각각 1억원이 넘는 거액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부 조작을 목적으로 이들에게 돈이 전달됐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흘러 들어갔을 정황이 짙다.
배당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본전 이상을 뽑기 위해서는 많은 인원을 동원해 프로토에 2억원 이상을 베팅 해야 한다. 스포츠 토토 관계자는 “1회 차에 2억원 이상을 베팅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토토 복권방을 운영하는 업자가 중간에 개입돼 있거나 불법 사설 토토 운영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보통 거액의 배당금을 얻으려면 일반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A와 B의 소속팀은 전력이 약해 패배로는 높은 배당률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질 팀이 확실하게 지도록 거액을 들여 매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배당률이 작더라도 베팅 액수만 크면 제법 큰 돈을 리스크 없이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를 대상으로 이런 승부조작을 꾀했다면 중간에 많은 인원이 동원 되었거나 보안 유지 등 번거로움이 많았을 것이다.
따라서 불법 사설 토토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불법 사설 토토는 수천 만원에서 억대의 베팅금액이 암묵적으로 뒷거래되기 때문이다. 불법 사설 토토의 경우는 스코어까지 맞히거나 특정 선수가 득점하는 경우 등 다양한 베팅 대상으로 도박꾼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부 조작에 연루된 선수는 물론 불법 사설 토토 개입 가능성 등 배후세력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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