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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 아마바둑의 힘… 日 프로기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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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 아마바둑의 힘… 日 프로기전 흔들다

입력
2011.05.2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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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마 강자 두 명이 사상 최초로 일본 프로 기전 본선에 동반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일본기원이 주최하고 마이니치신문사가 후원하는 제18기 아함동산배 전일본속기오픈전에서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인 아마 강자 하성봉(29 ․ 아마7단)과 김성진(22 ․ 아마7단)이 파죽의 연승 행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나란히 본선 16강 진입에 성공했다.

그동안 IBM대회를 비롯한 일본의 일부 속기 기전에서 자국 아마추어가 두어 차례 본선에 오른 적이 있지만 아함동산배서는 아마추어의 본선 진출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이 한국 아마추어가 나란히 두 명씩이나 동시에 일본 프로 기전 본선에 오른 건 미증유의 사건.

아함동산배는 속기 기전이어서 일본 7대 기전에 포함되지 않지만 우승 상금이 1,000만엔으로 7위 기전인 ‘작은 기성전’(상금 800만엔)보다 많다. 또한 일본 프로 기전 가운데 드물게 아마추어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오픈 기전이다. 한국에서는 명인전 KT배 등 국내 기전은 물론 삼성화재배, LG배, 비씨카드배 등 국제 기전에서도 대부분 아마추어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함동산배를 비롯한 일부 속기 기전전에서만 오픈제를 택하고 있다.

하성봉은 일본 아마명인전, 김성진은 아마본인방전 입상 경력을 각각 인정받아 이번 대회에 출전권을 부여 받은 후, 그동안 예선전에서 일본 프로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나란히 최종 예선까지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 아마추어들도 여럿 출전했지만 최종 예선까지 살아 남은 건 하성봉과 김성진 등 한국 출신의 아마 강자 두 명 뿐이다.

김성진은 지난 달 28일 벌어진 최종 예선 1차전에서 이 대회 전기 준우승자인 거함 조치훈 9단을 꺾어 일본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지난 19일 최종 예선 결승에서 중견 강호 가토 아쯔시 8단에게 불계승을 거두고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편 하성봉은 지난 5일 최종예선 1회전에서 야나기사와 리지 3단을 격파한 데 이어 26일 최종 예선 결승에서 후루야 유타카 8단마저 제치고 역시 본선 16강에 합류했다.

아함동산배는 각자 생각 시간 1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이 정도라면 요즘 한국에서는 오히려 긴 바둑에 속하지만 아직도 일부 기전에서 이틀 걸이 바둑이 두어지고 있는 일본에서는 대단한 속기 기전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속기에 훈련이 잘 된 한국 아마 강자들이 강세를 보이는 게 당연하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그동안 국내외 기전에서 한국 아마 강자들이 여러 차례 세계 정상급 기사들을 물리치고 본선에 올라갔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하성봉•김성진의 아함동산배 동반 본선 진출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하성봉은 1982년생으로 한국기원 연구생을 거친 후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 아마국수전 우승을 비롯, 각종 아마 대회를 석권하면서 몇 년간 부동의 아마 랭킹 1위로 군림했고 2008년에는 세계아마선수권대회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입단운이 없었는지 국내서 여러 차례 입단 기회를 놓치고 최근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프로에 입문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성진은 1989년 광주산으로 어린 시절 김지석과 함께 유망주로 주목 받아 일찍이 서울로 올라와 연구생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만 18세가 지나도록 입단의 꿈을 이루지 못해 연구생에서 퇴출 당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입단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최근 다시 귀국, 장수영도장에서 오는 7월 열리는 국내 입단 대회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일반부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아함동산배 본선은 16강 토너먼트로 진행되는데 김성진은 다음달 2일 일본 명인 타이틀 보유자인 이야마 유타와 첫 대국이 예정돼 있으며 하성봉의 대국 날자와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영철 객원 기자 im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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