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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예술은 경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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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예술은 경쟁이 아니다

입력
2011.05.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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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이 서바이벌 경쟁을 하는 TV 프로그램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10대 아이돌 그룹이 주도하는 음악시장이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정통파 가수들에 대한 향수로 바뀌고 있다.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 그 가수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대중의 찬사에 공감한다. 하지만 열정적 공연이 주는 감동을 떠나 TV 프로그램 자체가 가수나 대중예술에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느낀다. 아마추어가 아닌 최고의 가수들을 서바이벌 게임 속에 몰아넣고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오락만능주의가 예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순수예술이건 대중예술이건 예술은 본질적으로 생존 경쟁과는 상극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예술이 있어 온 이유는 약육강식의 생존 경쟁으로부터 잠시나마 이탈하고 싶은 휴식 본능 때문이다. 그것이 예술이 지닌 가치요, 예술이 주는 희망이다. 원시 인류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삶에 주는 위안과 치유는 생존 목적으로부터 일순간 해방되는 데 있다. 생존 경쟁과 무관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종자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미술을 감상하기 위해 전시회를 찾는 행위가 가치 있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에서 해방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인간이 아름다움에 심취하는 경험의 원인을 '무관심성(disinterestedness)'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무관심성이란 마음이 이해관계나 소유욕으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상태이다. 예를 들어 높은 산 정상에 올라 장엄한 능선을 내려다 볼 때 느낄 수 있는 희열과 정화의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사회적 이해관계에 지친 마음에서 벗어나 본연의 심성을 회복하고 욕망에 찌든 마음을 순간적으로 치유하는 데서 오는 감정이다. 마찬가지로 예술이 주는 감동의 원천은 이해관계와 소유욕에 얽히고 지친 삶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본연의 심성을 회복하는 작용에 있다. 선과 색의 조화나 선율이 우리를 미적 체험으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은 대상이 나의 이해관계와 결부되지 않아 순수하기 때문이다. 미적 체험은 인간을 존재의 심연에 이르게 한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본래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다.

인상주의 화가 칸딘스키의 유명한 일화가 떠오른다. 자신의 화실에 거꾸로 놓여 있는 자신의 그림을 보고 그는 미적 황홀감에 빠졌다고 한다. 그를 아름다움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거꾸로 놓여 있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작가의 어떤 의도도 파악할 수 없는 순수한 선과 색채의 향연이 인간적 의도와 작위의 세계 바깥으로 그의 마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적인 의도와 작위로 채색된 관습의 세계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건 삶에 있어서 이해관계와 생존 경쟁의 그물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탈출과 해방의 욕망이기도 하다. 예술이 주는 가치와 희망은 생존 경쟁으로부터의 해방과 치유에 있다. 그것은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만드는 위대함이기도 하다.

우리가 노래와 춤을 즐기는 일은 이기고 지는 생존 경쟁을 하는 게 아니고 경쟁을 멈추고 쉬는 일이란 걸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나름대로 경지에 이른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감동이 숨 막힐 것 같은 생존 경쟁으로 포장되어 가수들에게는 음악에 대한 강박관념을 주고 대중에게는 노래를 경쟁의 수단으로 여기게 하는 것이 씁쓸하다.

조성우 영화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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