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선고일인 27일 부산지법 301호 대법정. 검찰과 변호인단은 막판까지 살인미수 등 혐의에 대해 날 선 공방을 벌이면서 배심원을 설득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배심원들의 평결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재판부가 현실적으로 평결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은 오전 9시20분께 시작돼 검찰의 구형의견과 변호인의 최종 변론, 피고인 최후 진술, 배심원 평의와 양형 토론을 거쳐 오후 7시30분께 선고로 이어진 '대장정'이었다. 배심원들은 오후 3시부터 3시간 넘도록 평의와 양형 토론을 벌였고,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판결문 작성을 위해 선고 시간을 두 차례나 연기하기도 했다.
해적들은 앞서 23일부터 전날까지 진행된 재판 때보다 더 긴장된 모습이었다. 특히 아라이는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재판부의 말을 전달받자, 초조한 듯 통역의 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른 해적들은 판결을 들으면서 한때 고개를 숙이기도 했으나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김성동 부산지검 공안부 수석검사는 구형에 앞서 "제가 매일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데 이들이 영화에서나 보는 것처럼 총기와 로켓포로 무장한 괴한들에게 납치된다면 제 인생은 어떻게 되겠냐"며 "생명을 잃을 뻔한 석 선장은 앞으로 치료를 잘 받는다 해도 정상 보행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육체적 고통을 당했으며, 그의 가족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한 처지"라고 강조했다.
마호메드 아라이의 변호인은 "아라이는 이미 인정된 죄목만으로도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인데 결정적 물증도 없이 신빙성 떨어지는 선원들의 진술만으로 더 처벌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석 선장도 '피고인들도 불쌍한 사람들이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호소했다.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서 대체로 잘못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아라이는 "대한민국은 정말 좋은 나라"라며 "저지른 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어떤 형이라도 달게 받겠다. 그 후 가족을 데려와 살 수 있겠냐"고 묻기도 했다. 아울 브랄랫도 "피해자와 한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한국에서 살 수 없다면 소말리아에서 응분의 대가를 받고 싶다"고 했고, 압둘라 알리는 단호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총을 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압디하드 이만 알리는 "고국으로 돌아가 대가를 치르면 좋겠다. 가족과 통화만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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