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있을 때 국비로 가족과 함께 일본 유학을 가는 혜택을 받았으니 당연히 되갚아 드려야죠."
2008년 12월 중앙공무원교육원 총무과장(부이사관직ㆍ3급)을 끝으로 정년 퇴직한 박문수(63)씨는 사회에 기여할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 자원봉사센터를 찾았다. 30년 간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한 데다 1990년 일본 고베대학원에서 2년 반 유학까지 한 그에게 센터는 일본어 강의를 제안했고 흔쾌히 응했다. 지난해 11월 센터에서 연 '글로벌 볼런티어 일본어 교실'에 프로보노(pro bonoㆍ전문가 재능봉사) 일본어 강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다.
매주 목요일 오전 한 차례 2시간씩 이뤄지는 일본어 교실 제자들은 센터 소속의 20~50대 자원봉사자들. 그는 "한글로 치면 가나다 정도 아는 초보자부터 어지간한 문장을 읽고 쓸 정도 수준인 사람까지 실력은 천차만별"이라며 "일본어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다들 한결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정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집안일이나 자녀들 문제로 수업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의 강의노트에는 볼펜으로 쓴 일본어를 빼곡히 적혀 있다. 그만큼 수업준비에 철저했다. 그는 미리 2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와서 가르친다고 한다.
그의 봉사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청소년 상담 자원봉사를 위해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마포구 광성고를 찾는다. 그는 "전문 상담가는 아니다 보니 학생들의 개인적 고민 같은 걸 들어주고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 주는 정도"라고 겸연쩍어했지만 공직생활의 연륜이 묻어나는 인생상담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다.
그는 "물질이든 재능으로든 기부를 받는 사람보다 기부를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한 것"이라며 "기부를 많이 하며 사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욕심꾸러기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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