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자 청소년을 성폭행하고 임신시켜 낙태까지 하게 한 인면수심의 부자(父子)가 구속돼 큰 충격을 주었다. 또 여자 청소년에게 의류모델을 시켜준다고 속여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여자 청소년을 숙박업소에 감금한 뒤 성매매를 강요한 일도 보도된 바 있다. 남자 청소년들은 절도나 강도, 또는 다른 여자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착취하는 이른바 '포주' 노릇을 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이들 청소년은 대부분 가정에서 벗어난 청소년들로 가출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가출 청소년 숫자가 무려 20만명에 이른다. 특히 가정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가출하는 청소년이 전체 가출 청소년 가운데 절반이 넘는다는 통계도 나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는 가정에서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가출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청소년의 반복적인 가출을 막기는 무척 어렵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가출 원인은 부모 간 불화 26.3%, 부모폭행 13.0%, 부모의 지나친 간섭 10.3% 등 가정문제가 59.8%를 차지했다. 가출 전 가족형태를 보면 가출 청소년의 71.6%가 편부모 등 가족 해체로 인한 가출을 감행한 것으로 드러나 가정문제로 인한 청소년 가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가출이 단순히 가정을 떠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흡연, 음주, 폭력, 성폭행, 절도 등 각종 비행과 범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가출 청소년은 외로움을 덜기 위해,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안전을 위해 함께 생활할 동지(?)를 찾게 된다. 가출 전 인터넷 채팅을 통해 가출을 함께할 일행을 모으고, 심지어 일명 '팸(Family)'이라고 불리는 집단을 형성해 위험한 동거를 시작하기도 한다.
가출 청소년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위로 받고 가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그들만의 끈끈한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 그와 동시에 가정과 사회의 안전망을 벗어난 가출 청소년들은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 가출할 때 들고 나온 돈이 다 떨어지면 절도, 강도 등의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여자 청소년의 경우에는 생활비와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또 남녀 청소년이 무리를 지어 함께 생활하다가 성폭행도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가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해결노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정문제의 핵심은 부모의 관심과 이해 부족에서 오는 자녀와의 소통단절이며, 이로 인해 자녀는 가정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곳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결국 가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일상과 관심사 등에 유의하면서 자주 대화를 시도해야 하며, 마음을 열고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조기개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교내 상담교사를 통한 상담을 활성화하고, 가정에 청소년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부모와 연계한 상담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역사회에서는 가정해체의 조짐을 보이는 가정을 조기에 발견, 부모역할의 중요성과 청소년 가출의 위험을 알리는 상담 및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차정섭 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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