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소리만 들어도 숨이 콱 막혀요."
27일 오후 2시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칠곡교육문화회관 광장의 민방위 급수대. 고엽제를 매립한 것으로 알려진 캠프 캐럴 헬기장과 직선 거리로 300여m 떨어진 이곳에 한미 공동조사단 20여명이 50여명의 취재진과 함께 들이닥치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3년 전 캠프 캐럴 정문 앞 아파트로 이사 왔다는 박진희(36ㆍ여)씨는 "고엽제를 묻었다는 보도를 듣고 '이곳에 계속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너무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이호중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과 주한미군 공병참모부장인 버치마이어 대령 등 양국 합동조사단은 여론을 의식한 듯 시료 채취에 신중을 기했다. 표층수가 충분히 흘러나오도록 급수대 수도꼭지를 열어 10여분 간 물을 흘린 뒤 5리터짜리 통 7개에 심층수를 받았다.
한미 공동조사단은 첫 방문지인 칠곡교육문화회관에서 1시간여 동안 시료 채취작업을 한 뒤 인근 순심중고로 장소를 옮기는 등 이날 4개 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이날 채취한 시료는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 등 3개의 분석기관으로 보내졌다.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환경공단은 다이옥신 농도를,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유해 미생물과 중금속 농도 등을 측정한다.
미국 측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대구의 미군 공병대에서 일하는 민간인 제임스 해밀턴(46ㆍ미국인)씨는 "조사 결과가 한미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만큼 기내 안팎의 지하수 및 토양 오염을 제대로 확인해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공동조사단은 이날 오후 칠곡군청 제1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열려다 취재진이 몰리자 보안을 이유로 군수실로 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한미 양측은 26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열고 공동조사에 나서기로 합의하고 이날 조사에 나섰다.
주민대표로 조사에 참석한 이종춘(54ㆍ경북과학대 사회복지계열 교수) 칠곡포럼 회장은 "주민들이 다이옥신에 대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시는 환경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공동조사단은 30일 추가로 기지 인근 지하수 관정 5곳의 표본을 더 채취해 분석을 맡길 예정이다. 표본 분석에 5, 6일이 걸려 이르면 다음주 후반 지하수질 검사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한편 환경부는 캠프캐럴 주변 지하수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보도와 관련, "앞으로 고엽제 매몰 의심지역인 캠프 캐럴 헬기장 반경 2㎞ 안쪽 지하수 수질을 전수조사 하겠다"며 "이 범위 안에 미군부대 부지가 포함될 경우 미군과 협의해 부대 내도 수질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칠곡=전준호기자 jhjun@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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