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선 현안에 따라 미묘한 온도 차를 서로 확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북중 경협과 권력세습 지지 확보,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논의 등 다목적적 행보를 펼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중국과 좁힐 수 없는 시각 차도 체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중 경협
북중 경협의 상징인 황금평과 라선특구 공동개발에 대한 북중 정상간 합의는 큰 틀에서만 이뤄졌고 구체적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북중 정상들은 중국 동북3성의‘창ㆍ지ㆍ투(長吉圖)계획’과 북한의 경제개발을 연계해 북중경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데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그 의지도 충만해 보인다. 다만 경협의 성격과 방법, 속도 등 기술적 차원에서 서로 눈 높이가 다른 것 같다. 중국은 정부 주도, 기업위주, 시장경제주의 메커니즘을 북중경협의 원칙으로 꼽고 있다. 반면 북한은 아직 이를 충족시킬 제도ㆍ인프라ㆍ체제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중국기업들이 적극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 불만이다. 중국정부가 앞장서 ‘통 큰 지원’에 나서 줄 것을 바라는 이유다. 이 같은 차이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달 말 예정된 북중 간 황금평 임가공단지 기공식과 라선특구 도로 착공식이 김 위원장의 방중 마무리 시점에 연기된 것을 놓고 북중경협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북중관계의 큰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 방향은 정해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많은 물이든, 적은 물이든 흘러갈 것이라는 얘기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25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지방과 기업의 적극성을 더욱 이끌어내 상호이익이 되는 협력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높이자”고 말한 것도 북한의 서운함을 달래려는 성의 표시로 해석된다.
◆권력세습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계세습 문제는 양측의 시각 차가 두드러지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북한이 개혁개방에 자극을 받기를 바라고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경제지원은 물론, 김정은으로의 후계세습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지지확보를 더 염두에 뒀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이러한 북중 우의의 바통을 대대로 전해가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세습을 거론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는 후계세습에 대한 언급을 유추할만한 대목을 찾기 어렵다. 조선중앙통신은 후 주석이 “조중 친선은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만 보도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후계세습 지지확보에 중점을 뒀고, 중국은 비핵화 및 개혁개방에 무게를 실었다. 서로 방점이 달랐다는 것이다.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
북중은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비핵화 목표 견지, 6자회담 재개 등이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한‘장애 요소 제거’는 북측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등을 요구하는 것을 ‘대화재개 장애요소’로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화통신은 후 주석도 장애요소 제거를 거론했으나 그것은 한미는 물론 북측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으나 신화는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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