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게놈/케빈 데이비스 지음ㆍ우정훈 등 옮김/ 엠아이디 발행ㆍ495쪽ㆍ2만5,000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갖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2000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을 선언했을 때 이러한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 사람의 유전자코드 30억개를 완전히 읽어내는 데 근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비용이 30억달러나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7년 후인 2007년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454라이프사이언시스가 DNA의 나선구조를 발견한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의 전체 유전코드를 읽는 데 들어간 시간은 약 13주일, 비용은 100만달러 정도였다. 그해 아이슬란드 생명공학회사 디코드제네틱스가 개개인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제공하는 디코드미라는 유전정보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 비용은 1,000달러도 안됐다. 물론 비용 때문에 인간의 유전코드 30억개 가운데 0.1% 정도에 불과한 축소판을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시사하는 의미는 컸다. 놀랄 만큼 빠른 기술 진보로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유정정보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질병 치료에서 예방의학, 맞춤의학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미국 바이오아이티월드 편집장인 케빈 데이비스가 쓴 <$1,000 게놈>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지난 10여년간 게놈혁명을 이끌어 온 과학자들과 기업가들이 어떻게 놀라운 과학적 성취를 이뤘고 실패를 겪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게놈혁명과 관계된 이들을 오랫동안 취재해 현재 진행형인 혁명의 드라마를 실감나게 전해 주고 있다.
한 사람의 게놈 분석을 1,000달러에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한 것은 셀레라지노믹스를 설립한 크레이그 벤터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이 분야 최강자였던 ABI의 솔리드 출시와 헬리코스사의 유전자 현미경 헬리스코프 개발, 컴플리트지노믹스의 저가 서비스 모델 등장, 현재 게놈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루미나의 하이세크2000도입 등 관련 기업들의 경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초기 개인 유전정보 서비스를 시작한 23앤드미의 앤 보이치키, 디코드미의 카리 스테판손, 내비지닉스의 데이비드 아구스 등과 의사, 윤리학자, 정부 관계자 들 사이에서 벌어진 유전정보 공개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에서 개인유전정보 서비스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그로부터 건강에 대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얻을 수 없는지, 이 모든 변화를 이끌고 있는 유전 판독기술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개인 유전정보 서비스의 보편화가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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