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Ms)’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세계적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77)이 성평등 문제뿐 아니라 인종과 계급,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27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1’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스타이넘은 우선 성역할 문제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는 “여성도 남성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인식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여성이 하는 일을 남성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은 퍼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사회가 어느 정도 군사주의가 만연되어 있고, 어느 정도 가부장적인지를 보려면 가정에서 남녀의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정도와 남녀간 일의 분화 정도를 보면 된다”며 “미국에서는 물론 과거보다 아버지들이 육아에 적극 참여하지만 실제로 여성의 육아 책임이 2배 정도, 한국에서 여성은 가사까지 3배 정도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보육시설이 잘 발달된 것으로 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부담이 반반으로 나눠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동 육아를 통해 남성과 여성이 여러 가지 능력과 기능, 표현력, 참여성을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도 부모들을 위해 더 좋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성과 여성성은 태어난 후 사회화된 것”이라며 “모든 정부가 지녀야 할 책임은 성의 역할을 정립하고 인간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이넘은 여성이 평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이 더 도덕적이거나 덜 폭력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남성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이 시대는 상호 의존성의 시대이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시대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이넘은 미국의 낙태반대 여론의 뿌리에는 백인인구 감소를 두려워하는 인종 차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문화사회로 변모하는 한국에 대해서도 “새로운 다문화가정을 시민으로 환영해야 한다”며 “이들은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며, 이들이 차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종, 계급, 종교나 그런 것들을 세뇌 받게 되고, 이익을 받는 사람과 노동을 하는 사람이 나눠지며 물건이 사람처럼 물건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스타이넘은 프리랜서 작가 등으로 활동하던 1963년 플레이보이클럽의 바니걸로 위장 취업해 여성의 상품화와 불평등에 대한 기사를 잡지 ‘쇼’에 게재, 파장을 일으켰으며 1972년 잡지 ‘Ms.’를 공동 창간해 15년 동안 편집장을 지냈다. 잡지 발간과 함께 여성과 소녀들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돕는 ‘Ms. 재단’의 의장이 됐고, 양성평등 및 사회운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현재는 여성미디어센터(Women’s Media Center) 공동 창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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