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거둔 성과로 우선 북중 경제협력 강화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북중 경협 강화는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25일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경제지원, 북핵 문제 등도 핵심 의제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의제들은 당장 구체적 결실을 내기 어려운 사안이다. 중국은 퍼주기식으로 대북지원을 한 적이 없어 북한에 식량ㆍ비료를 주더라도 대량으로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 북핵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지만 천안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가 급진전되기는 어렵다. 북한의 후계 체제 문제는 거론했더라도 김 위원장이 거듭 이해를 구하는 정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가 사실상 권력 승계를 인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선언했으므로 권력이행기의 불안 요인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시급히 경제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 하지만 6자회담 중단과 북한의 천안함ㆍ연평도 도발과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UEP) 등으로 한국,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이나 교역은 단절됐다.
유일하게 기댈 곳은 중국뿐이다. 나선 경제무역지대와 압록강 하구의 황금평 경제지대에서 조만간 잇따라 착공식이 열리는 등 북중 경제협력을 통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다급함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동북 3성 개발의 핵심인 창춘(長春)ㆍ지린(吉林)ㆍ투먼(圖們) 선도구를 산업벨트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나선시 등 동해로 나갈 물류항의 확보가 절실하다. 조만간 시작될 훈춘(琿春)-나진간 도로보수 공사는 두만강 유역 북중 경협의 물꼬를 트는 인프라 조성 사업이다. 중국은 북한을 개혁ㆍ개방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역할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북중 경제협력은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남북 교역이 전면 중단된 것과 대비되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천안함 폭침 대응인 5ㆍ24 조치로 지난해 남북간 일반교역은 1억1,766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54.1%나 줄었다.
유일하게 뚫려 있는 개성공단은 성장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지난해 교역규모는 14억4,285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53.4% 늘었다. 생산액도 3억2,332만 달러로 26.1% 늘었다. 북측 근로자 역시 3월 현재 4만6,302명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4,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북중 경협의 확대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 지렛대가 약해진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사과와 비핵화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일의 '경제압박 카드'가 시간이 갈수록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중 경협이 순탄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경협 목적이 기본적으로 '외화벌이'에 있고 중국 역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해 경협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북한 사회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한 경협 과정에서 양측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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