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으로 꼽혔던 2006년 제이유그룹 사기 사건에 이어 은진수(50) 감사원 감사위원 형제가 또 다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제이유 사건 때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사법처리를 면했지만, 검찰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대검 중수부가 나선 이상 이번만큼은 수사망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06년 제이유그룹 로비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은 주수도(55ㆍ수감 중) 제이유 회장이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단서를 포착했다. 주 회장이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거액을 여야 정치인에게 뿌렸다는 내용인데, 이와 관련된 키맨이 바로 은 위원의 친형 현수(54)씨였다.
2002년부터 2006년 초까지 제이유그룹의 사업자로 활동했던 은씨는 신규 조직 지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으나, 주 회장과 불화를 겪으며 탈퇴했다. 그런데 주 회장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은현수의 계좌를 통해 2억원을 총선 자금 명목으로 정치인에게 건넸다"고 진술했고, 따라서 의혹의 시선은 자연스레 동생 은 위원에게 쏠렸다.
은 위원은 당시 이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주 회장한테서 받은 돈은 후원회를 통해 2차례에 걸쳐 적법하게 받은 200만원이 전부이며, 형은 주 회장의 은닉재산 환수 운동을 주도하는 등 피해자 대표로서 활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검찰 수사결과 은 위원이나 현수씨의 특별한 혐의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사정이 달라 보인다. 은 위원은 '감사원 고위인사가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직전인 지난 23일 저녁 갑작스레 이틀(24, 25일) 병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26일 자신의 실명까지 거론되자 병가를 하루 더 연장했고 결국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24일 이후 기자들의 전화를 일체 받지 않고 있다.
현수씨 또한 한국일보 등의 문의 전화가 계속되자 이날 오후쯤부터 휴대폰을 완전히 껐다. 2006년 제이유 사건 때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언론 접촉 자체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아직까지 은 위원 형제에 대해 소환 통보를 하지는 않은 상태지만 이들에 대한 조사는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수사가 "대통령 측근까지 포함해 전ㆍ현 정권 가릴 것 없이 전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은 위원은 BBK사건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변호를 맡았고,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하는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최근 불법대출 관여 혐의로 구속된 부산저축은행의 2대 주주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은 호남지역에 넓은 인맥을 갖고 있고 참여정부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한 것으로 전해진 인물이다. 이번 수사가 여야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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