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5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 완화"와 "6자회담 조기 재개" 등을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전의 북측 입장과 다르지 않은 내용이지만, 김 위원장이 후 주석과 만나 직접 이 같은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측이 남북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먼저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조심스럽지만 6자회담 재개에 앞선 남북비핵화회담 개최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6자회담에 앞선 남북회담'에 무게를 두고 있는 후 주석이 회담 자리에서 남북 대화 필요성을 언급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방한한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6자회담 수석대표는 그 동안 중국이 주장해온 '조건없는 6자회담' 주장을 접고 '남북회담 우선' 원칙에 우리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우다웨이 대표는 이 같은 6자회담 참가 5개국의 대화 원칙을 전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따라서 후 주석이 이번 회담 중 남북비핵화회담을 거론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북중 경협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한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중국 측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남북관계개선으로 화답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평가한 대목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혀진다.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이 북으로 돌아간 이후의 행보다. 우리측이 꾸준히 요구해온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 요구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가 6자회담 재개로 가는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 역시 단순한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북한은 그 동안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고 비핵화 행동에 나서라"라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한반도 정세 완화 희망"과 "6자회담의 조기 재개"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회피로 일관해 왔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도 기존 화법의 연장선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들은 "일단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지만, 얼마만큼의 진정성이 담겼는지 여부는 향후 북측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김 위원장의 말보다는 구체적인 행동과 연결되는 다음 스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이 회담에서 남북대화에 무게를 실었다면 향후 그런 기회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북측의 태도 변화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에 이어 김 위원장의 발언 등을 감안하면, 경색될 대로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큰 틀의 방향 전환을 시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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