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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관보전지역 '밤섬' 현장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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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관보전지역 '밤섬' 현장설명회

입력
2011.05.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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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착장. 멀리 회색 빌딩숲을 배경으로, 주황색의 서강대교 아치와 푸른 한강에 둘러싸인 밤섬의 초록 빛이 도드라져 보였다. 배를 타고 밤섬에 다가서자 다양한 채도의 초록색으로 우거진 수풀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별도의 접안시설이 없어 작은 보트를 이용해 아랫밤섬 북쪽 편에 발을 내디뎠다. 밤섬은 서강대교를 기준으로 한강 상류 방향으로 조금 올라간 곳에서 물길로 갈라져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뉜다. 한강 상류 쪽의 윗밤섬은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속하고, 하류 쪽의 아랫밤섬은 마포구 당인동 관할이다.

밤섬은 서울 속의 손 때 묻지 않은 '야생' 그 자체다. 허리까지 오는 수풀을 헤치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원시림 같은 숲이 서강대교의 콘크리트 교각을 포위하고 있었다.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강한 풀 향기가 코 끝에 전해졌다. 여기저기 꽃들도 보였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이동률 운영부장은 "허리까지 오는 식물은 물억새와 물쑥이고, 노란색 꽃은 애기똥풀"이라며 "나무 중에는 뽕나무와 갯버들이 많은데 모두 한강에서 흘러온 씨앗이 자연스럽게 자란 것"이라고 말했다.

숲 가운데에 이르자 가로 1m, 높이 30㎝ 정도의 비석이 있었다. 비석에는 '밤섬주민 옛 생활터'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류경기 시 한강사업본부장은 "2년마다 한번씩 추석쯤에 과거에 밤섬에 살던 주민들이 이곳에서 귀향 제사를 지낸다"고 했다. 밤섬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배 만들기와 고기잡이 등을 생업으로 하는 62세대 443명의 주민이 살았다. 1968년 2월 여의도 제방을 쌓을 석재를 공급하고 한강 물을 잘 흐르게 하기 위해 밤섬을 폭파하면서 주민들이 떠났다.

그러나 밤섬은 해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사 등이 쌓여 도시 속 청정지역으로 부활하고 있다. 밤섬의 면적은 1985년 17만7,300㎡에서 2008년 27만3,503㎡로 일년에 약 4,200㎡씩 넓어진다.

머리 위쪽 서강대교를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이 새들의 지저귐에 흩어졌다. 높고 낮은 새 소리를 들으며 가다 수풀 아래를 보자 새털과 풀잎으로 만들어진 둥지 속에 하얀 오리알 4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강사업본부 환경과 박동순 주무관은 "아마 흰뺨검둥오리의 알일 것"이라며 "밤섬에는 흰뺨검둥오리 외에도 꿩, 민물가마우지 등이 많이 사는데 5월에는 개개비, 해오라기 등 여름철새들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밤섬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남쪽 물가에 도착하자 여의도가 눈에 들어왔다. 상류 쪽으로 올라가자 제법 넓은 모래톱 위로 강물이 찰랑거렸다. 이곳이 영화 '김씨표류기'의 배경이 된 장소다. 영화와는 달리 밤섬에서 살 순 없다. 현재 밤섬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출입이 통제된다. 서울시는 봄ㆍ가을 등 청소할 때와 생태연구 활동에 한해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날은 시가 밤섬의 복원된 생태를 알리기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섬을 공개한 것이다.

평소에 밤섬을 가까이 보고 싶으면 서강대교 인도교를 이용하는 게 좋다. 한강 상류 방향 인도교에선 윗밤섬 전체와 아랫밤섬 일부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새들의 모습까지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한강에서 운행 중인 유람선을 타도 40m 거리에서 밤섬을 만날 수 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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