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집밥의 틀을 깨고 변신하라.’ 두 젊은 셰프가 미션을 받았다. 서양 음식 혹은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신세대의 입맛을 바꿀 쌀 요리 개발. 기간은 단 한 달이었다.
토니유(34ㆍ한식레스토랑 D6)씨는 디자이너 출신이란 독특한 이력의 한식 전문가다. 2005년 한 경연대회에서 떡 케이크로 상을 탔고, 전통주와 궁중음식, 장아찌 등을 두루 섭렵했다. 함께 머리를 맞댄 노재승(34ㆍ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씨는 이탈리아 음식이 전공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기능성 쌀을 연구 중인 그는 쌀 예찬론자다. “쌀이 남아도니깐 농지를 엎어 갈대를 심고 관광상품화 하는 농촌의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둘은 지난달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진행하는 쌀 소비촉진운동 ‘2011 미(米)라클 프로젝트’ 요리 개발자로 뽑혔다. 20대 요리사 지망생 3명과 함께 각각 팀을 이뤄 ‘길거리 음식이나 테이크 아웃으로 가능한 쌀 요리’와 ‘집이 아닌 밖에서도 즐길 수 있는 밥’이라는 주제로 쌀 요리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6월 12일까지 매주 주말 서울 홍익대 근처 카페 슬로비, 민들레 영토, 반초이에서 이들이 내놓은 쌀 요리 여덟 가지를 맛볼 수 있다.
쌀의 다양한 변신
쌀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비타민이 풍부해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 특히 현미는 백미에 비해 영양이 더 풍부하지만 거친 식감 탓에 꺼리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현미도 밥으로만 지어먹는다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
토니유씨는 볶은 현미 가루를 넣어 쫄깃쫄깃한 면발을 살린 ‘쌀쌀면’을 선보였다. 쌀로 면을 만들기 위해 일반쌀가루, 현미발아 쌀가루 등 수 십 가지 가루를 빻아 반죽을 한 끝에 나온 것. 기존 떡갈비 고기 함량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나머지를 현미와 야채로 채워 넣은 ‘욕심쟁이 현미 떡갈비’도 개발했다.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누룽지로 만든 빙수 등 쌀의 다양한 변신을 꾀했다.
노재승씨는 현미를 튀겨 바삭바삭한 질감을 살려낸다. 초콜릿과 튀긴 현미밥을 섞은 ‘미쵸미쵸’를 개발하기까지 7,8㎏의 쌀을 썼단다. ‘아이미슈’는 쌀 파이의 실패작에서 태어났다. 쌀로 만든 크림에는 수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파이에 크림을 올리니 눅눅해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밀가루를 쓰지 않고 통째 넣은 현미와 생크림, 우유, 올리고당을 섞어 조직을 치밀하게 했다. 닭고기와 볶음밥을 김밥처럼 둘둘 말아 만든 ‘미인계’와 일본간식 타코야키에 밀가루 대신 쌀 반죽을 넣어 만든 ‘현미 파이어볼’도 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엿보이는 음식이다.
쌀 요리, 제품화가 숙제
두 셰프가 새로 개발한 여덟 가지 요리법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맛 좋고 참신한 요리를 개발했어도 제품화에 성공하느냐는 또 다른 숙제다. 유통기한을 고려한 보존 문제와 포장 기술과 디자인 등 난제가 적지 않다.
노재승씨는 “아침에 밥과 국, 반찬을 차려내는 것이 번거롭다 보니 쌀 소비도 줄어드는데 쌀을 활용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입 음식을 제품화하면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니유씨는 “숭늉의 고소함은 사실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맛인데 서구 입맛에 길들여진 신세대도 이 고소함은 좋아한다”며 “이런 숭늉 같은 음식을 즐릴 수 있는 기회와 다양한 방법을 제공해 주는 게 요리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 노재승, 토니유 셰프가 공개한 쌀로 만든 요리 레시피
▦미(米)in계(鷄)
영양과 맛을 생각한 푸짐한 일품요리.
-재료: 영계 한 마리, 찬밥 한 공기, 볶음밥 재료(양파, 피망, 감자, 당근 각 10g, 양송이 2개), 불고기 양념 2스푼, 로즈마리 2줄기, 소금, 후추, 쌀크림 재료(쌀가루 100g, 우유 300㎖, 버터 100g, 양파 1/2개, 후추)
-만드는 법: 영계는 뼈를 제거하고 포를 뜨듯이 펼쳐 올리브오일과 다진 로즈마리, 소금, 후추를 뿌려 재운다. 찬밥과 야채로 볶음밥을 만든다. 밑간 한 영계에 볶음밥을 얹고 김밥 말듯 말아준다. 동그랗게 만 닭을 쿠킹 호일로 싸고 이쑤시개로 곳곳에 구멍을 뚫어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약 18분간 굽는다. 쌀크림은 쌀가루를 약불에서 버터에 볶은 다음 양파와 후추를 넣고 끓인다. 우유를 넣고 저어준 뒤 소금으로 간한다. 기호에 따라 카레가루를 넣어도 된다. 오븐에서 익힌 영계를 동그랗게 썰어 쌀크림을 얹고 치즈를 뿌린다.
▦현미 파이어볼
쉽고 간편하지만 속은 든든해서 식사대용으로 좋다.
-재료: 현미가루 154g, 전분 66g, 계란 1개, 물 150㎖, 우유 100㎖, 소금, 설탕, 고추, 파와 양파 각 반 개, 양배추 30g, 문어 또는 돼지불고기 100g, 파래김 4장, 청양고추 1개.
-만드는 법: 현미가루와 전분, 소금, 후추, 계란, 청량고추 다진 것을 넣고 뜨거운 물과 우유로 익반죽한다. 문어나 돼지불고기, 양파, 파를 1㎝안팎으로 잘게 썬다. 동그란 틀에 반죽을 60% 붓고, 속재료를 넣은 다음 나머지 반죽을 부어준다.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돌려가면서 익힌다. 데리야끼 소스와 파래김을 뿌린다.
▦라이스크림
현미를 이용해 지방을 쏙 뺀 건강 아이스크림.
-재료: 현미 1컵, 우유 3컵, 노른자 3개, 설탕 1컵 반, 생크림 1컵, 두유크림, 현미튀밥, 두유크림(두유, 생크림)
-만드는 법: 냄비에 우유와 현미를 넣고 20분 가량 약불에서 조리한다. (현미가루도 가능) 현미가 익으면 불을 끄고 식힌 뒤 믹서기에 넣고 설탕과 함께 갈아준다. 생크림과 노른자를 넣는다. 냉동고에 넣고 24시간 얼린다. 얼린 아이스크림에 생크림과 두유를 걸쭉하게 섞은 두유크림과 튀밥으로 장식한다.
▦미(米)쵸 미(米)쵸
배아에 영양분이 많은 현미가 들어간 건강 초콜릿.
-재료: 현미밥 반 공기, 초콜릿(카카오 함량 70% 이상) 100g, 현미 후레이크 50g, 올리브오일 500㎖.
-만드는 법: 현미밥을 그늘에 잘 펼쳐서 말린 뒤 물에 씻어 낱알이 흩어지게 한다. 올리브 오일을 170도로 가열한 뒤 현미밥을 넣어 크런치를 만든다. 현미밥 크런치를 키친타월에 올려 기름기를 뺀다. 초콜릿은 중탕 가열해 녹인 후 현미밥 크런치 위에 뿌리고 예쁜 틀에 넣은 후 냉동실에서 굳힌다. 틀이 없을 경우에는 위생장갑을 끼워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고 기호에 따라 현미 후레이크를 뿌린다.
▦누룽지 빙수
고소한 누룽지를 이용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여름 디저트 대용.
-재료: 누룽지 1컵, 물 2컵, 설탕 1컵 반, 우유 1컵 반, 통팥앙금, 조랭이떡.
-만드는 법: 냄비에 물과 누룽지를 넣고 끓인다. 누룽지가 부드러워지면 설탕과 우유를 넣고 함께 섞는다. 냉동실에 넣고 얼린 뒤 얼음분쇄기로 간다. 누룽지를 잘게 부숴 준비된 누룽지 얼음과 함께 그릇에 담아낸다. 기호에 따라 통팥앙금과 조랭이떡, 제철과일을 얹어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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