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지요." (주성영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한국은행에 제한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건 시대적 요구죠."(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 겸 법사위 간사)
국회에서 영원히 잠들 것 같았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마침내 통과를 향한 기지개를 펴고 있다.
2009년 1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사위에 계류 중인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에 제한적인 금융기관 단독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 저축은행 부실 감독 사태가 불거지면서 한국은행에 일부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밥 그릇 다툼에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사실상 법안 통과의 마지막 기회라는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국회의 기류에 적잖은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 17개월째 법안 처리를 미뤄왔던 법사위의 여ㆍ야 간사들이 한 목소리로 "이번 만은 처리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주 의원은 26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저축은행 사태로 감독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은 만큼 어떤 형태로든 한은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된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한은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해 온 박 의원 역시 "저축은행 사태로 더 이상 한은법 개정을 미룰 명분이 없어졌다"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사위 양당 간사가 똑 같이 '6월 국회 처리'를 주장하지만 미묘한 온도 차이는 있다. 민주당 측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한은법 개정안을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반면, 한나라당 측은 정무위원회가 한은법 개정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내놓은 '맞불법안'(금융감독원에 추가설명자료 제출 요구권 부여)까지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 주 의원은 "아직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할지 방향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논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법사위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최종 관문인 본회의 벽을 넘는 것도 결코 간단치 않다.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의 소속 의원들의 경우 여ㆍ야를 막론하고 한은법 개정에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허태열 정무위원장(한나라당)은 "당내 의견 조율이 선행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당내에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 끝에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모습이지만, 호락호락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은 고위 관계자는 "한은법은 이해가 얽혀있는 기관 1, 2곳이 강력히 반대하는 경우 통과되기 쉽지 않다"며 "그래서 한은법 개정의 명분을 공론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한은 2011년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 금융기관을 직접 조사해 필요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일정한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한은법 개정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