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이후에는 한 회사 내에 여러 개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이라서 현장 노사관계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노동조합이 많이 조직되어 있지 않은 직종, 예컨대 사무직, 연구개발직에서 노조 설립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또 기존에 사무직 노조가 설립되어 있는 경우에는, 상위직급 직원들이 별도의 노조를 설립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화이트칼라 노조 활동이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무직 노사관계에서 다시 대립적인 전선이 형성될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화이트칼라 주변 노노갈등 우려
화이트칼라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서는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회사를 향해 가질 수 있는 불만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노사관계 불안을 가져 올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고용 불안이다. 외환위기 이후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 불안감은 엄청나다. 이들은 당연히 보호막을 갖고 싶을 것이고, 노동조합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장 올해에 화이트칼라 노조가 우후죽순으로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만약 어느 대기업에서 노조가 설립되고 노조의 힘으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는 '성과'를 보인다면, 다른 대기업에도 화이트칼라 노조가 급속하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과도한 업무 부담도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화이트칼라의 장시간 근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소위 '서비스 잔업', 즉 야근, 휴일출근, 집에서 하는 회사업무까지 계산에 넣으면 총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단순히 힘든 직장생활에 대한 불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과도한 업무가 조직비전과 개인비전의 불일치와 연결되면, 그 불만은 더욱 심각해진다. 회사는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같은데, 죽어라고 일하는 나도 일류사원으로 내공을 쌓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많은 것 같다.
셋째, 임금 및 보상에 대한 불만이다. 임금의 절대수준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과도한 업무 부담에 비하면 적게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또 임금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신(新)인사관리 도입 이후 한국의 대기업은 능력과 실적에 따른 임금 격차를 계속 확대해 왔다. 이제는 동기부여와 노사관계 안정 2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임금 격차의 적정 수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복수노조 시대에 노ㆍ사ㆍ정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혹시 기업이 행여 노노 갈등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할지 모르겠다. 사용자에게 협조적인 노조를 새로 만들거나 혹은 기존노조로부터 분열시켜 노조를 분리ㆍ통제하려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또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노조는 조합원 투표로 운영되는 정치 조직이고 따라서 일단 설립된 이후에는 사용자가 제어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노노 갈등은 노사 갈등 보다 더 해악이 크다. 노노 갈등을 이용하여 단체교섭에서 노조의 힘을 조금 약화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생산 과정에서 근로자들간의 불협화음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그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노·사·정 모두 위한 보완책 필요
노조도 서로 분열하면 노동운동의 힘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복수노조를 허용한다는 것은 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1개 회사에 여러 개의 노조가 존재하는 것이 노조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설립은 자유롭게 하되, 하나의 사업장에는 하나의 노조가 존재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새로운 노사관계 질서가 조속히 안정화될 수 있도록, 노ㆍ사ㆍ정 협의 채널을 보다 긴밀한 관계로 가동하고 불안정한 사항이 나타나면 조속히 보완 입법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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