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서부 빌바오는 1980년대 철강과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실업률이 25%까지 치솟았다. 여기서 빌바오를 구한 것이 도시디자인 프로젝트 '빌바오리아 2000'이다. 강변 36만㎡ 부지에 미술관, 컨벤션홀, 음악당 등을 세웠고, 구겐하임미술관 유럽분관도 유치했다.1997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당초 1,200억원의 비용이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극복하고 세계적 랜드마크가 되었다. 연평균 13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첫 해에 투자비용을 회수했고, 10년간 2조1,000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리자 하버드경영대학원이 '빌바오 효과'라고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요코하마는 일본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였으나 20세기 들어 도쿄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1965년부터 도심부 강화 사업에 착수, 1968년에는 지자체 최초로 도시디자인팀을 가동했다. 1981년부터 '미나토미라이 21'이라는 이름으로 도시경관 개선, 문화시설 구축 및 재정비, 문화콘텐츠 개발과 인력 양성 등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창의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요즘 요코하마에는 연간 4,5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일본 제2의 도시로 부활했다.
도시는 하나의 유기체로 성장과 쇠퇴의 과정이 생명체와 흡사하다. 카르타고, 앙코르와트, 마추피추 등 한때 번창했던 도시들도 내부적 갈등이나 외부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다. 반면 창조적인 디자인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한 도시들도 적지 않다. 미국 철강산업의 쇠퇴로 침체되었던 피츠버그는 지식산업 육성으로 회생하고 있으며, 자동차산업의 본산으로만 알려졌던 디트로이트도 새로운 회생 전략을 짜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의 전략은 무엇인가? 무미건조했던 회색도시가 사람 중심의 매력적인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민을 배려하는 디자인'을 비전으로 일반 시민들은 물론 어르신, 장애인, 임산부,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즐거운 디자인(fun design)으로 도처에서 시민들이 예상할 수 없는 재미와 유쾌한 경험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광고제 '2011 광고 페스티발'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 보수기간 중 설치한 '장군님은 탈의 중'이 본선에 오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해치, 서울서체, 서울색채 등 새로운 디자인 DNA가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 9월에 개관되는 서울디자인지원센터는 동대문, 마포, 구로, 강남의 4대 디자인 클러스터의 허브로서 디자인산업 육성에 이바지할 것이다. 특히 동대문에 건립 중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지역의 상권 활성화는 물론 우리나라 전체의 디자인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다. DDP가 가진 건축의 랜드마크적 특성과 흥미롭고 재미있는 디자인 컨텐츠를 활용하여 시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5년간 디자인 시정에 투입된 예산은 서울시 예산의 0.5%인 3,700억원에 불과하다. 연 평균 740억원의 예산으로 30여 곳에서 갖가지 핵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복지에는 19조4,000억원(23.9%)이 투입되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디자인 시정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많지않은 예산으로 디자인서울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 시키고 있다.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 박사는 "디자인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우리 모두가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정경원 서울시 디자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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