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비리가 마침내 현 정권의 핵심부로까지 비화했다. 은진수 감사위원이 은행 측의 로비를 받아 여권 고위인사들을 접촉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올해 초 검찰, 금융감독원의 고위간부들과 퇴출 저지방안을 논의하고 여권 실세들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그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법률지원단장을 지냈고, 인수위 상임자문위원을 맡았으며, BBK사건에서 이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임명 때도 보은인사 논란에 휩싸였고, 4대강 감사를 진두지휘하기도 한 현 정권의 실세급 인물이다.
어쨌든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감사 때 수위조절 청탁이 있었다는 당시 감사원장 김황식 총리의 증언에 근거가 있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그러므로 수사의 방향은 명확해졌다. 은 위원의 비리의혹을 철저히 밝혀내는 것은 물론 그를 통해 로비를 받고 실제 압력을 행사한 인물들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이미 고위ㆍ유력인사들 여럿이 거명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 핵심부에서도 이 사건을 부패와 불공정의 표본으로 지목한 상황이다.
노무현재단 측이 전 정권과의 연관 의혹을 부인했지만 10년 가까운 장기간에 거쳐 부산저축은행 비리가 아무런 제재 없이 자행돼온 점과, 사업 확장 과정,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2대 주주 박형선씨가 전 정권에서 광범위하게 쌓은 인맥 등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쉽게 의심을 거두기는 어렵다.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이 부분 역시 한 치 미진함 없이 규명돼야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 정권과 관련된 비리 부분에 대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전 정권과 관련된 수사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처럼 전ㆍ현 정권에 두루 걸쳤던 박연차 수사가 끝내 국민적 수긍을 받지 못한 전례를 뼈아프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는 무엇보다 최근 사법개혁 논의과정에서 존폐 논란이 인 대검 중수부가 수사전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사건이다. 이번 수사가 검찰이 강변하는 중수부의 존재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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