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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의 쌀 열린다] (1) 이차전지의 동력 - 포스코 켐텍의 이차전지 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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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의 쌀 열린다] (1) 이차전지의 동력 - 포스코 켐텍의 이차전지 음극

입력
2011.05.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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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화학ㆍ제약기업 머크(Merck)는 전 세계 LCD 용 액정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지난해 액정 등 신소재 부문에서 13억8,400만 유로(약 2조1,3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머크가 액정 개발에 뛰어는 것은 1904년. 액정이 디스플레이용 소재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90년 가까이 액정은 '쓸데 없는 유리'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머크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연구개발(R&D) 계속했다. 소재산업은 이렇듯 부품 및 완제품의 성능, 품질,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뿌리이자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고도의 기술 산업이다. 하지만 개발에 엄청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까닭에 머크, 미국 3M(프리즘 시트), 일본 후지필름(편광판소재) 등 몇몇 기업들이 승자독식의 구조를 형성했다. 우리 정부도 ▦세계시장선점 10대 핵심 소재(WPMㆍWorld Premier Materials) 사업등을 통해 수 조원을 투입해 대기업, 중소기업, 연구기관 등이 함께 어우러져 기술개발에 힘쓰도록 돕고 있다. 본보는 소재 원천 기술 개발 현장을 찾아 원천 기술의 중요성과 그 개발 진행 상황을 4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 3000도 고온서 까만 가루의 변신… 10년 씨름 끝에 음극재 결실

23일 전북 정읍 포스코의 화학 부문 전문 계열사인 포스코켐텍 본사. 3층 연구소에 들어서자 연구원들이 까만 가루를 들고 갖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오세민 포스코 이차전지소재개발센터장(상무)은 까만 가루를 만지작거리며 "'미래의 유전'이라 불리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라며 "제철 과정이나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코크스를 3,000도 가까운 뜨거운 열에서 분말의 입자 크기, 입자의 모양, 표면의 매끄러운 정도를 계속 바꿔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까만 가루(코크스)가 전혀 다른 까만 가루(음극재)로 탈바꿈한 셈. 옆 방에는 너른 판 위에 수 십 개의 전선이 흩어져 있다. 오 상무는 "수 십 가지 상황에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가장 좋은 품질의 음극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구성 요소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문제는 이들 핵심 요소들이 대부분 수입에 기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 SDI, LG화학 등이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에서 선두를 다툴 만큼 제조 실력은 뛰어나지만 핵심 소재 관련 기술은 외국 의존도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를 비롯해 중대형 분야에서 국내 시장 자립률은 20~30%에 불과하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양극재의 실질 국산화율은 27%이고, 분리막은 28%, 전해질은 30%이다. 심각한 것은 음극재가 국산화율이 제로(0) 라는 점.

문제는 이 같은 기술 의존은 결국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차전지 제조 원가에서 4대 구성 요소를 포함한 재료비가 5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비중이 크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양산에 나서자 일본의 도넨은 기존 가격을 절반으로 내리면서, SK의 진출을 봉쇄했을 만큼 원천 기술 확보는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양극재와 음극재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양극재는 제조 원가의 27%를 차지하는데, 보통 이차전지 하나에 들어가는 양이 음극재의 2배 가량이다. 게다가 지난해 우리나라는 양극재 시장에서 전 세계 사용량 1위에 올랐다. 에너지 전문 조사 기관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한국은 2009년 1만2,156톤에서 지난해에는 이보다 43%(5,221톤) 늘어난 1만7,377톤의 양극재를 사용,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요 국가(41.1%)가 됐다. 국산화율이 가장 낮은 음극재도 급하기는 마찬가지. 오 상무는"히타치화성, JFE, 일본 카본 등 일본 3사 점유율이 60%에 이르고 있다"며"더구나 원천 기술이 없으면 기존 제품보다 값싸고 힘이 좋은 새 제품을 만들 때도 경쟁사보다 늦어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켐텍은 10년 전부터 음극재 개발에 나섰다. 오 상무는 "수 천도의 고온에서 코크스를 다루는 열 처리 기술은 매우 까다로워 일본 회사들이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었고 우리 만의 기술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어두운 터널 같았지만 수 천, 수 만 번의 시행 착오를 거듭한 끝에 조금씩 빛이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고 기존 계열사들과 공동으로 R&D를 진행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는 게 오 상무의 설명.

이 회사는 13일 충남 연기 산업단지에서 음극재 생산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9월 말 준공을 목표로 올해 안에 2,400톤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2,400톤은 국내 음극재 수요의 10%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로 포스코켐텍은 2020년께 11만톤을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 세계 음극재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포스코켐텍은 기존 음극재 생산과 함께 차세?음극재 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있다. 오 상무는"인조흑연, 소프트카본 등 기존 음극재를 뛰어넘어 금속계를 혼합한 제3의 물질을 개발하고 있는데 3년 정도면 가시적 성과를 예상하고 있다"며"이차전지보다 한 번 충전으로 쓸 수 있는 전기량을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차세대 음극재 개발은 지식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시장선점 10대 핵심 소재(WPMㆍWorld Premier Materials) 사업에 포함돼 있다. WPM사업은 2018년까지 정부 자금 1조원이 R&D에 지원되고, 이와 별도로 사업단은 총 10조원을 투자하는 것. 지경부 관계자는 "2018년 차세대 음극재, 양극재 관련 시장 규모는 1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 4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읍=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GS칼텍스도 구미에 공장 착공

국내 기업들의 이차전지 핵심소재 관련 연구개발(R&D)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전기차, 에너지 저장용 이차전지 산업이 올해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차전지 소재 사업도 활발해 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이차전지 소재에 새로 진출하거나 그 동안 R&D 성과를 내놓고 있다.

포스코켐텍과 함께 GS칼텍스가 음극재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13일 허동수 회장 등이 참석해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JXNOE(옛 신일본석유)와 세운 합작법인 '파워카본테크놀러지'(PCT)의 음극재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올해 말 공사를 끝낼 이 공장에서는 내년부터 음극재의 하나인 소프트카본을 연간 2,000톤 생산하고, 앞으로 4,000톤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고순도 코크스를 1,000도 이상에서 열처리하는 기술로 2007년 자체 개발한 것"이라며 "관련 기술 특허 10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 로열티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애경유화와 손을 잡고 음극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애경이 만든 하드카본계 음극재를 SK이노베이션이 만든 전기차용 이차전지에 적용해 성능 시험을 하는 등 상업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양극재와 전해액을 양산하고 있고, 고용량 음극재는 실험용 공장(파일럿)단계에서, 분리막은 연구소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양극재에서는 한화케미칼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울산2공장 에 5,600㎡ 부지에 중대형 이차전지 양극재(LFPㆍ리튬인산철) 공장을 지난해 말 완공해,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처음 초임계 수열합성 공정을 적용, 연간 600톤의 LFP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12만 대의 하이브리드자동차(HEV)에 이차전지를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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