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라!” “내 돈 돌려내라!”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66호 대법정.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등 피고인 21명이 첫 변론준비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모습을 나타내자, 울분에 찬 피해자 50여명의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이들은 소란을 예상하고 대기하던 법정 경위 수십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박 회장 등에게 삿대질을 하며 야유를 퍼부었다.
소란이 계속되자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염기창 부장은 “조용히 해야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계속 소란스럽게 하는 방청객은 퇴정 명령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감정이 격해진 피해자들은 좀처럼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특히 박 회장 측이 “공소사실 가운데 저축은행 자금 44억원을 횡령한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부인한다”고 밝히자, 다시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냐” 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염 부장판사가 재차 정숙을 당부했지만 피해자들은 공판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피고인들에게 “목소리 좀 크게 내라” “얼굴이라도 좀 보자”며 한맺힌 푸념을 이어갔다.
재판이 끝난 뒤 박 회장 등이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가자 일부 피해자들은 법정 경위의 제지를 뚫고 달려들기도 했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여성 피해자들은 법정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소란은 재판 종료 후 20여분 간 이어졌다. 피해자 A씨는 “서민들 돈으로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평온한 표정을 짓냐”며 울분에 찬 마음을 토로했다. 또다른 피해자는 변호인들에게 “어떻게 이런 사람을 변호하느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박 회장 등은 이날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지만 세부 항목 등에 대해서는 향후 다투겠다”고 밝혔으며, 일부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다른 피고인들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산저축은행에 한푼두푼 모은 돈을 맡겼다 낭패를 보게 된 서민들이 대부분인 피해자들은 이날 첫 공판을 보기 위해 새벽같이 부산을 출발, 선착순 배부된 방청권을 받기 위해 오전 일찍 이곳으로 달려온 이들이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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