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자, MB노믹스 형성작업에 참여했던 학자그룹의 대표인사다. 때문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장관도 청와대수석도 아닌, 집행권한이 없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맡고 있다 보니 그의 주장은 언제나 '월권'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연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 문제가 쟁점이 됐지만, 그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선 현 정부 출범 초기 국정기획수석 시절, 그는 또 한 명의 학자출신 인사인 이창용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산업은행 민영화 플랜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당장의 민영화 보다는 '메가뱅크'를 염두에 뒀던 정부측과 적잖은 불협화음을 겪었다.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엔 교육과학기술부와 자주 충돌했다. 곽 위원장은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방과 후 학교 영리기관 위탁 운영 ▦초등학교 취학 연령 단축 등 교육 개혁 이슈들을 주도하면서, 주무부처인 교과부와 번번이 충돌했다. 그 결과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조치 외엔 대부분 무산됐다.
그러다 보니 그를 보는 관료사회의 시선은 항상 싸늘하고 냉소적이다. "물정 모르는 학자출신이 설익은 아이디어를 무작정 밀어붙인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가 미래 아젠다만 제시하면 됐지 왜 부처 소관의 실무정책까지 끼어들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등등.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곽 위원장의 돌출행보가 문제가 아니라, 기존 관행을 깨지 않으려는 관료사회 특유의 배타성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솔직히 산은 민영화도 그렇고 교육개혁 과제들도 그렇고 곽 위원장이 먼저 꺼내지 않고 해당부처에서 시작했다면 그렇게 미온적으로 나왔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교수 출신이니까 관료조직과는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개혁을 하는 데 유리하다"는 게 곽 위원장의 소신. 결국 이번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정부 내 미묘한 온도차 역시, 매 정권 때마다 반복되는 학자출신과 관료출신의 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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