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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인천성모병원 <2> 뇌심부자극술로 사경증 치료하는 '사경증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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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인천성모병원 <2> 뇌심부자극술로 사경증 치료하는 '사경증 클리닉'

입력
2011.05.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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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29)씨는 몇 년 전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목이 왼쪽으로 돌아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됐다. 이른바 사경증이었다. 김씨는 이곳 저곳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증세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몸에 마비가 오니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대인기피증 등 우울증 증상마저 생겨 버티기가 힘들었다.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던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에 사경증을 치료하는 전문 클리닉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뇌신경센터에서 허륭 신경외과 교수가 집도하는 말초신경절제술과 뇌심부자극술을 받았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김씨는 이제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남들처럼 직장을 다니고 평소 좋아하던 축구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 사경증클리닉은 신경외과와 신경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협력해 사경증을 진단하고 약물치료와 재활치료, 수술 등을 한꺼번에 시행하고 있다.

근육이 굳고 몸이 뒤틀리는 병

사경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수축하고 긴장이 조절되지 않아 목이 굳고 돌아가는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약물이나 근육을 풀어 주는 주사제를 투여하는 등 내과적으로 치료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완벽하게 치료하기 어렵다.

사경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근육 긴장 이상증이다. 근육 수축과 긴장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근육이 과도하게 굳어 몸이 뒤틀리고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경증이 나타나면 몸이 불편한 것은 물론, 통증이 심해 남 앞에 나서기도 싫어지는 등 심리적인 문제까지 떠안게 된다.

사경증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뇌 부위인 기저핵(basal ganglia)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기저핵은 운동근육의 세밀한 기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부분이 손상되면 근육을 움직일 때 다른 근육이 잘못 수축하거나, 쉴 때 저절로 잡아당겨지면서 떨림과 수축이 일어나는 등 근육이 불필요하게 긴장돼 경련이 생긴다.

사경증은 특히 목에 많이 생기며, 성인에게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므로 많은 환자들이 뇌졸중이나 다른 질환으로 오해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유럽의 한 역학 연구결과, 유럽 전역에서 50만명에 이르는 환자가 근육 긴장 이상 증세를 겪으면서도 그것이 사경증 때문이라는 사실을 거의 알지 못했다.

우선 목이 뻣뻣해지면서 한쪽으로 돌아가면 사경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한 눈 주위 근육이 이상이 생겨 눈을 너무 자주 깜박이거나 턱과 혀에 힘이 들어가고 떨리거나 꼬이는 경우, 글씨를 쓰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손과 팔의 근육이 경직되고 떨리는 경우에도 사경증일 가능성이 있다.

사경증은 일단 발병하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므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근육이 경직되고 경련이 일어나면 이른 시일 내에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약물 투여와 국소 보톡스 주사법이 있다. 환자 증상에 따라서는 정신과 면담 치료와 재활 치료,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약물 투여와 보톡스 주사 치료법은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병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와 병의 진행에 따라 한계가 나타난다. 보톡스를 반복적으로 맞으면 생체 내 면역반응이 생겨 횟수를 거듭할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지속 시간도 줄어든다.

뇌심부자극술, 증상 개선과 통증도 크게 줄여

약물 투여와 보톡스 치료법으로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결국 수술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수술법은 크게 선택적 말초신경절제술과 뇌심부자극술 2가지가 있다. 선택적 말초신경절제술은 목 근육을 지배하는 말초신경을 잘라내는 수술이다. 이 수술은 목이 돌아간 상태에서 증상이 멈춘 환자에게 효과적이며, 치료 효과도 빠르다. 다만 수술이 복잡해 말초신경을 다칠 우려가 있고, 통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뇌심부자극술은 사경증을 일으키는 뇌 부위에 좌표를 이용해 이식형 소형기기를 삽입한 뒤 전기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 수술법은 신경 손상을 줄이고 언제든지 새로운 치료법으로 대체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허륭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교수가 사경증 환자 26명을 대상으로 말초신경절제술(16명)과 뇌심부자극술(10명)을 시행한 뒤 평균 30개월간 추적 관찰을 실시했다. 그 결과, 두 수술 모두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통증을 줄이는 데에는 뇌심부자극술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허 교수는 "선택적 말초신경절제술과 뇌심부자극술을 받은 환자군을 비교해 본 결과, 증상 개선 효과는 80%로 같았지만 통증을 줄이는 효과는 뇌심부자극술 환자군이 말초신경절제 환자군보다 40%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지난해 5월 국제 학술지인 뇌정위기능수술(Stereotactic & Functional Neurosurgery)에 발표된 바 있다.

허 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사경증 환자에게 두 가지 수술을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한 가지 수술로 완치되지 않은 중증 환자에서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허 교수는 "아직 사경증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완치까지는 불가능하지만 증상의 악화를 막고 완화하는 치료법 가운데에는 현재까지 뇌심부자극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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