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한국군이 1968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대량의 고엽제를 살포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고엽제를 뿌렸으며, 쓰고 남은 고엽제가 민간에까지 유통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는 등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1968년 이후에도 고엽제 뿌려졌나
한국 내 고엽제 살포와 관련된 기록은 주한미군의 '식물통제계획 1968'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유일한 것이다. 1968년 4월과 5월 동부전선 DMZ 일대에 전방시야 확보를 위해 8,800드럼의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내용이다(본보 25일자 1ㆍ3면). 그러나 1970년대 이후에도 고엽제 살포가 이뤄졌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당시 DMZ에 근무하다가 고엽제 후유증을 앓게 돼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퇴역군인들의 범위가 최근 확대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 보훈부는 1968년 4월부터 1969년 7월까지 DMZ에서 근무한 군인들을 지원하는 '한국 고엽제 피해 미군지원법령'을 지난 1월 고쳐 1971년 8월까지 근무한 군인들로 대상자들을 확대했다. 최소한 1970년대 초반까지 고엽제가 살포됐음을 추측하게 하는 증거다. 특히 이들 퇴역 미군들은 DMZ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고엽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남은 고엽제 어떻게 됐을까
고엽제를 포함한 유해 화학물질과 토양의 경우 "통상 본국으로 반출해 처리한다"는 것이 주한미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관련물질의 처리경로에 대해서 미군은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엽제의 상당량이 국내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쓰고 남은 고엽제가 시중에서 제초제로 유통됐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북 상주의 이모(61)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70년대 중반 이후 시골에서 '2,4-D'라는 제초제를 많이 사용했다"며 "녹색으로 비료처럼 입제(粒劑)로 만들어졌으며 가격이 저렴해 가난한 농가에서도 많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사용방법을 잘 모르는 농민들은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뿌렸으며 1970년대 말 갑자기 사라졌는데 한국에 남아있던 고엽제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2,4-D는 2,4,5-T와 함께 고엽제의 주성분으로, 맹독성 위험물질이다.
다른 미군기지들은 괜찮나
고엽제 매몰 의혹이 불거진 경북 왜관 캠프 캐럴, 경기 부천의 옛 캠프 머서 부지뿐 아니라 전국의 미군부대가 환경오염의 온상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2006년 국정감사 때 공개된 '반환미군기지 환경백서'에 따르면 당시까지 조사완료된 29개 부대 중 26곳의 토지와 지하수가 우리나라의 환경위해 기준을 초과했다. 한 기지의 경우 토양의 납(Pb) 농도가 1만5,200ppm으로 토양오염정화기준(100ppm)의 150배를 넘었고, 다른 기지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가 5만552ppm으로 국내기준치(500ppm)의 100배를 상회했다.
한편, 반환대상 미군부대 80곳은 SOFA 규정에 따라 한미 공동으로 환경오염 조사실태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데, 이 보고서들은 '조사결과 공개는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관련 규정에 따라 미국측 거부로 아직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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