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돌출입 환자가 양악수술 후 가래와 피가 기도를 막아 사망하는 등 의료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 성형벨트에서 개원 중인 한 성형외과 원장은 "한 달에 8억원 정도 수익을 올리지만 의료사고에 대비해 항상 1억원 이상 현금을 준비해 놓고 있다"며 "방학 때만 되면 강남 성형가에서 수술 도중 한두 명은 죽는다는 얘기가 돌 정도" 라고 귀띔했다. '얼굴 작아지는 수술', '동안(童顔)수술'로 알려진 양악수술의 위험성을 이같이 말했다.
요즘 하루가 멀다고 양악수술을 한 연예인이 등장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있다.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진 그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든 혹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양악수술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양악수술, 어떤 때 필요하고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주걱턱ㆍ안면비대칭ㆍ부정교합 교정해
양악수술은 안면윤곽수술의 하나다. 안면윤곽수술이란 얼굴 윤곽을 이루는 턱뼈, 광대뼈, 이마뼈 등의 모양을 바꾸는 수술이다. 가장 흔히 시행하는 안면윤곽수술은 절골술로, 돌출ㆍ함몰돼 있는 광대뼈를 잘라 옮기는 광대뼈 성형수술, 돌출된 턱뼈각을 자르는 사각턱 수술, 턱 끝부분을 잘라 앞뒤로 옮기는 턱 끝 성형수술, 돌출되거나 튀어나온 앞니 틀을 잘라내 옮기는 수술 등이 있다. 이밖에 주걱턱이나 부정교합, 안면비대칭 등이라면 치아교정과 함께 턱(악ㆍ顎) 교정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양악수술은 구강 안쪽이나 바깥쪽을 절제한 후 상악(上顎ㆍ위턱)과 하악(下顎ㆍ아래턱)의 뼈를 자르거나 붙여 균형을 맞춘다. 경우에 따라 수술 후 치아교정을 하기도 하고, 양악수술이 필요하면 턱 모양뿐만 아니라 교합 이상과 턱 관절 이상, 안면비대칭 등 다양한 기능 이상을 동반하므로 성형외과와 구강악안면외과(치과)가 협력해 수술하는 게 도움이 된다.
양악수술은 안면윤관수술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 수술이다. 양쪽 턱 옆에는 신경과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전신 마취로 수술하며, 수술시간만 7시간 이상 걸린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진영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양악수술을 받은 10명 가운데 1명이 신경손상으로 턱 감각이나 미각을 잃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윗니와 아랫니가 틀어지는 부정교합이 생기거나, 수술 후 상기도 뒷부분이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혈종도 흔한 합병증 가운데 하나다. 악안면 부위는 유난히 혈관이 발달해 있어 절골술을 시행하면 얼굴에 있는 혈관을 다치거나 출혈과 혈종이 생기기 쉽다. 혈관 손상이 심하면 수술이 필요한 동정맥루가 발생하기도 한다.
무분별한 수술로 사망 사고 잇따라
문제는 양악수술이 이처럼 어려운 수술인데도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부정교합 등을 교정하는 수술의 90%가 양악수술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위턱이나 아래턱 가운데 한쪽만 수술하는 편악수술이 70%에 이른다.
국내 처음으로 돌출입 교정수술을 시행한 박재억 서울성모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돈벌이가 되는 양악수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위턱에 문제가 있을 때에만 양악수술을 해야 한다"며 "의료 행위인 양악수술을 마치 상품 선전하듯 기사화하는 언론의 잘못도 크다"고 꼬집었다.
양악수술은 위턱이 들어가 끄집어 내야 할 때, 웃을 때 잇몸이 많이 보일 때, 위턱과 아래턱이 비대칭일 때에 국한돼 시행해야 한다. 그 외의 경우에는 치아교정이나 코 수술, 입체적 지방이식술 등으로도 충분히 교정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양악수술로 인해 오히려 얼굴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양악수술을 받은 연예인들만 봐도 입이 너무 합죽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상훈 아이디병원 원장은 "이는 집도의가 뒤로 옮겨야 할 양악의 비율과 입술이 맞부딪히는 비율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거나 환자가 욕심을 부린 탓"이라고 말했다. 또한 긴 얼굴을 교정하기 위해 위턱 길이를 무리하게 줄이면 틀니를 뺀 사람처럼 입 모양이 변하거나 웃을 때 윗잇몸과 치아가 보이지 않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박 원장은 "양악수술이 골격을 옮기는 수술이지만, 얼굴 모양은 골격 위의 근육과 피부 등의 연부(軟部)조직을 통해 보이게 되므로 미세한 연부조직의 변화까지 예측해 가능한 정도만 수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에서는 불필요하게 양악수술을 권하는 것도 문제다. 넓거나 각진 아래턱(사각턱)은 양악수술이 필요 없는데도 수술하는 경우가 있다. 사각턱이 양악수술을 받으면 얼굴이 더 넓어 보이므로 이 때에는 사각턱의 각진 부분만 제거하는 사각턱 수술이 적합하다.
부정교합이라도 반드시 양악수술할 필요는 없다. 부정교합은 위아래 치아가 서로 닿지 않아 씹기 어려운 상태로, 크게 치아 자체에 문제가 있는 '치성 부정교합'과 얼굴 뼈의 발달장애에 따른 '골격성 부정교합'으로 나뉜다. 골격?부정교합은 양악수술이 도움되지만 치성 부정교합은 치열교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철저히 살핀 뒤 수술 결정해야
양악수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충분한 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안전사고에 대비해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인지 확인해야 한다.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으면 응급사태가 발생해도 곧바로 대처하기 어렵다. 마취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제세동기, 광삽관시스템, 호기 이산화탄소 측정시스템, 무정전 자가발전시스템, 응급 카트 등의 안전시스템을 갖췄는지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혈액은행까지 갖췄다면 더 좋다. 양악수술 시 가장 위험한 것은 과다출혈이다.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집도하면 수술 중 과다출혈이 생길 확률은 1만분의 1 정도이지만, 혈액은행을 갖추면 응급상황에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혈액은행은 혈액을 보관해 뒀다가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하고 안전하게 수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양악수술은 수술 전 정확한 사전진단이 수술 성패를 좌우한다. 수술 전 양악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위턱의 위치를 바로잡기 위한 모델 마운팅 과정과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분석 등 모든 과정을 집도의가 관여하고 전담해, 정확한 수술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재수술하는 경우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갑성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수술 직후 얼굴형이 본인이 기대했던 것과 달라 재수술하려 한다면 급하게 재수술하기보다 수술의와 상담하면서 연부조직과 골조직의 수술 전 상태로 될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