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7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빼돌려 명품을 사고 성형수술비 등으로 탕진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회사는 지난달 말 18억원 상당의 만기 채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공금을 빼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인터넷장비대여업체 M사의 전 직원 김모(26)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7년 8월 경리로 M사에 입사한 김씨는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96차례에 걸쳐 16억7,780만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김씨는 개당 1,000만원이 넘는 가방을 사는 등 훔친 돈으로 2억원어치의 명품을 사들였다. 또 피부과나 성형수술을 받는 데에도 적지 않은 금액을 사용했으며 5억원 가량은 월셋방 보증금(9,000만원)이나 펀드 투자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나머지 8억원 가량의 행방에 대해 호스트바 등을 드나들며 유흥업소에서 썼다고 진술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확한 사용내역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입사 6개월만인 2008년 2월 인터넷뱅킹을 통해 회삿돈 10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하면서 회사 통장에는 거래업체 등의 이름을 남기는 식으로 범행을 시작했고 회를 거듭할수록 대담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월급 130만원을 받던 김씨가 한번에 3,000만원씩을 빼가기도 했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회사가 회계장부 정리를 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인터넷뱅킹과 달리 은행에서 뽑은 법인통장 인출내역에는 거래회사 이름 대신 김씨의 실명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회사의 변제 요구에 명품가방을 팔아 5,000만원 정도 갚기는 했지만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곗돈을 찾으면 주겠다'는 거짓말로 시간을 끌었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는 김씨를 상대로 횡령금을 갚을 것을 종용했지만, 김씨 가족이 업체대표 최모(37)씨를 납치 및 협박 혐의로 허위 고소하는 등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이자 결국 김씨를 고소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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