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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단견(短見)의 정치와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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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단견(短見)의 정치와 시민의식

입력
2011.05.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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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양극화를 비롯한 사회 갈등의 심화를 극복하기 위해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개인들의 경제적 조건이 계층을 분화시키고 이를 통해 계층 간 위화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하위층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현상적 문제 해결에 몰두해서 장기적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제시하는데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선거 앞둔 포퓰리즘 경쟁

사회구조가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또한 의식이 사회구조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해있는 조건 때문에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바뀐 생각이 사회변화 방향에 대한 의견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변화에 대한 포괄적 구상을 바탕으로 현실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정치는 이러한 변화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정책과 정치가 무엇이 다른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들은 대학등록금 반액 방안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지금의 대학 졸업생들이 처하고 있는 좌절과 부실대학 처리문제와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지 구상이 없다. 10년 전에 비해 대졸 인구가 77%나 늘어난 것을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향후 10년간 매년 대졸자는 27만 명이 늘어나는데, 고졸자는 단지 3만 명 정도가 늘어날 것이고 대졸자에게 맞는 직업 수요는 그에 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현재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 원인은 무엇일까. 최소한 대학은 나와야 사회적으로 무시당하지 않으며, 학력이 능력의 잣대라는 의식이 우리 모두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3에게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말로 학생들을 격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당면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겠지만, 정치는 좀 더 본질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기본방향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청년 모두를 대학에 보내는 것이 능사인양 국민들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단견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제까지 어떤 여당 대선후보도 이전 정부를 계승하거나 옹호한 적이 없다. 전직대통령들이 국민에게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선거 승리 앞에서는 정책적 일관성이나 정체성은 무시되어 버린다. 대선후보들이 당선 후 공약 중 일부를 취소하는 것도 사실은 선거만능주의의 결과물이다.

지적한 정치권의 문제는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주기적으로 선거를 통해 정치권력의 주체가 바뀌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단기적으로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문제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이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문제와 대책에 중점을 두게 되는 것이다. 지금 많은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중요한 책임은 국민들의 몫이 된다. 정치가 전문화될수록 역설적으로 필요한 것이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국민의 지혜이다.

옥석 가려내는 지혜 필요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겠지만 우리에게 시급한 것이 공동체의식이다. 소위 '나만 아니면 돼' 하는 사고방식이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래 개인이란 이기적인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공적인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고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처럼 인간관계를 경쟁구도로 가르치는 교육은 개혁되어야 한다. 구조적으로 정치에 사회운명을 맡길 수 없기 때문에 건전한 시민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지금 필요하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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