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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드러나는 '보금자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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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드러나는 '보금자리 딜레마'

입력
2011.05.2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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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위한 값싼 주택보급 확대를 명분으로 출발한 보금자리주택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당초 목표했던 공급 가구(2018년까지 150만가구)를 채울 땅이 부족한데다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 ▦일반 아파트와 맞먹는 높아진 분양가 ▦예상보다 길어진 입주기간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로 예정된 6차 보금자리주택부터는 종전 하남 미사지구와 같은 미니 신도시급 물량은 나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대규모 개발 대신, 기존 시가지 인근에 소규모 단위로 추진하는 쪽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과 가까운 30만㎡ 안팎의 자투리땅과 개별 지자체가 지역의 현안사업지구 명목으로 보유 중인 그린벨트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안이 확정되면 6차 지구부터는 소규모 지구가 여러 곳 지정되거나 지역 현안사업을 보금자리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다.

당국의 정책 전환은 수도권 그린벨트에서 대규모 가용택지를 찾기 힘든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요컨대 ▦환경평가등급(3~5등급지) ▦서울 도심 20㎞ 이내 ▦높은 분양성 등의 조건을 갖춘 땅을 그린벨트에서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LH의 자금난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광명 시흥지구와 같은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경우 보상비 문제로 착공과 분양 등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 아파트값을 육박할 정도로 비싸진 '몸값'도 한계인데, 정부가 최근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서울 강일3ㆍ4 및 고덕지구, 과천 지식정보타운지구)를 발표하면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주변 시세의 85% 수준으로 5차 보금자리의 예상 분양가를 추산한 결과, 과천 지식정보타운지구는 3.3㎡당 2,179만~2,500만원, 고덕지구는 1,425만원, 강일 3ㆍ4지구는 1,278만원으로 나타났다.

과천 보금자리의 경우 인근 의왕 내손 e편한세상 아파트 시세(3.3㎡당 1,300만~1,600만원)는 물론, 서울 송파에서 최근 분양된 래미안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3.3㎡당 2,280만원)보다 높게 된다. 과천 원문동 A공인 관계자는 "3.3㎡당 1,500만원이 넘어가는 보금자리주택은 서민 무주택자가 감당할 수 없다"며 "보금자리주택의 실제 수요자인 현재의 세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말했다.

민간 분양보다 분양 후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매력 감소의 원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시범ㆍ2ㆍ3차지구) 사전 예약자들이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년1개월(최고 5년2개월)에 달한다. 이는 일반 민간 아파트(평균 2~3년)와 비교하면 최고 2배 이상 긴 셈. 특히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하남 미사지구의 경우엔 5년2개월이 걸릴 것으로 조사됐다. 보금자리주택은 사전예약제롤 도입해 민간 물량보다 1년 먼저 청약이 이뤄진 게 분양 후 입주시간이 길어지는 가장 큰 요인이지만, LH의 자금난과 토지 보상을 둘러싼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빈발하는 것도 입주 지연의 한몫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민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보금자리주택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히 본청약은 전매제한 기간(7~10년), 입주는 의무거주(5년) 제한과 맞물리는 만큼 사업주체가 일정을 못 지킬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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