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창대했다. 2008년 한국에서만 550만명을 즐겁게 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3년이 지나 속편이 나온다니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을 만했다. 게다가 유행에 발맞춰서 3D로 새 단장까지 했다. 겉보기만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5월 극장가에서 가장 볼 만한 영화로 꼽히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친 기대도, 섣부른 실망도 금물이다. ‘쿵푸 팬더2’는 정성 들여 만든 오락영화이지만 흔쾌히 즐기기엔 부족한 점도 많다. ‘쿵푸 팬더’의 즐거움을 떠올리고 극장을 찾았다면 실망하기 십상. 그러나 기대를 접고 좌석에 앉는다면 과히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듯하다.
이야기는 심심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하다. 전복적인 설정과 신선한 전개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은 전편에 미치지 못한다. 출렁이는 뱃살에, 먹을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듯한 뚱보 판다 포(목소리 잭 블랙)가 모두가 존경하는 영웅 용의 전사가 된다는 매력적인 내용은 전편에서 효력을 다한 듯하다.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 포는 속편에서 별다른 힘을 못쓴다.
오리를 아버지로 둔 포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지만 특별한 반전이 숨어 있지 않다. 포가 동료 타이그리스(안젤리나 졸리) 등 5인방과 힘을 모아 악당 셴(게리 올드만)을 몰아내는 과정이 91분의 상영 시간 내내 예측 가능하게 이어진다. 포와 동료의 갈등도 없고, 포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도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선악의 대립 구도가 명확하고, 갈등의 해결 방식이 단순하다 보니 울림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전편에서 관객을 웃겼던 포의 유머 감각도 찾기 힘들다. 포가 계단 앞에 서서 “오 나의 오래된 적”이라 중얼거리는 장면에서나 웃음이 터진다. 아이와 부모가 즐길 수 있었던 전편과 비교하면 아이들만 좋아할 속편이라고 할까.
첨단 디지털기술로 공을 들인 화면은 빼어난 볼거리다. 고층의 중국 전통 건물에서 펼쳐지는 액션, 포가 셴의 군선들에 홀로 맞서는 후반부 장면 등은 눈을 즐겁게 한다. 홍콩의 쿵푸 영화 전통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결합한 시도도 여전히 흥미롭다.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명가인 드림웍스애니메이션이 라이벌인 픽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이유를 다시 보여 주는 영화다. 제 아무리 기술이 첨단이라 해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이야기다. 감독은 재미동포인 제니퍼 여 넬슨(인영). 하지만 한국적인 색채 전혀 배어 있지 않다. 26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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