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스(총조사)의 시초는 인구조사다. 기원전 36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처음 실시됐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435년 로마제국의 시민 등록을 담당했던 인구조사관 센소르(Censor)의 이름에서 센서스(Census)가 유래했다. 예수님은 요셉과 마리아가 로마의 인구조사령에 따라 고향에 신고하러 가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서지리지(漢書地理志)는 AD 2년 중국의 인구를 5,767만명으로 기록했다.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는 1795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실시됐다. 2010년 기준 전세계 233개 국가 중 96%(224개)에서 5년 또는 10년 주기로 인구센서스가 실시된다.
■ 인구센서스와 쌍벽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통계 조사는 경제센서스다. 인구센서스를 통해 집계된 인구ㆍ가구ㆍ주택 정보는 도시계획, 복지 및 주택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모든 사업체의 산업구조 및 경영실태를 파악하는 경제센서스는 정부의 경제정책 및 기업 경영계획 수립의 기초자료가 된다. 미국이 1810년 세계 최초로 경제센서스를 도입했다. 유엔 통계위원회가 114개 국을 조사한 결과, 34.2%(39개)가 5년 또는 10년 단위로 경제센서스를 시행 중이다. 여기에는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터키 인도 몽골 태국 필리핀도 포함된다.
■ 통계청이 금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국내 최초로 ‘2011 경제센서스(총조사)’를 실시한다. 생산과 판매, 서비스 제공 등 산업활동을 하는 국내 전 사업체(330만)를 대상으로 규모와 고용인력, 경영실태까지 파악하는 방대한 조사작업이다. 공무원 2,000명을 포함해 약 2만2,000명의 조사요원이 앞으로 한 달 간 국내 최대 사업장인 삼성전자 기흥공장부터 동네 슈퍼까지 뒤질 예정이다. 사업주 입장에선 장사도 안 되는데 웬 조사냐며 마뜩잖게 여길 수도 있겠다. 매출액 영업비 등 과세 목적에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조사항목도 있다.
■ 그래도 성실하게 임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 정책 입안은 물론,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나 개인 창업에도 유용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조사 내용은 국가통계포털(KOSIS)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된다. 더욱이 통계법에 의해 과세 목적으론 절대 이용할 수 없다. 경제센서스는 각종 산업통계의 모(母)집단 및 기준점이 된다. 주가지수의 기준시점이나 마찬가지다. 기준점이 잘못되면 국가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거나 기업과 개인에게 치명적인 사업 실패를 안겨줄 수 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경제센서스는 성공해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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