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토네이도와 화산 폭발 등 자연 재해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에선 단일 토네이도 피해로는 58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아이슬란드발 화산재 때문에 영국 북부를 비롯, 유럽에선 항공편이 속속 결항되고 있다. 미국엔 추가 토네이도가 예고된 상태고, 유럽은 지난해 4월 화산재 분출에 따른 최악의 항공대란이 재연될까 전전긍긍이다.
토네이도 연타에 신음하는 미국
미국 중부 미주리주 조플린시 당국은 22일(현지시간) 이 지역을 덮친 토네이도로 최소 117명이 희생됐다고 24일 발표했다. 1953년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 발생한 토네이도(116명 사망)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다. 22일만 해도 89명 사망으로 집계됐으나 이틀 사이 30여명의 희생자가 추가됐다. 경찰관과 소방관 1,500여명이 파괴된 건물에서 구조 및 수색 작업을 펴고 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2일 조플린을 할퀴고 칸 토네이도는 병원 교회 학교 상가 등 2,000여채의 빌딩에 피해를 입혔다. 특히 토네이도로 세인트존스 병원에서 날아간 X-레이 기계가 약 80km 떨어진 데이드 카운티 도로에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중부와 남부에선 올해 들어서만 토네이도로 482명이 희생됐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해 평균 희생자는 55명 정도였으니 올 들어 희생자가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미 해양대기관리처(NOAA) 해럴드 브룩스 연구원은 이와 관련, AFP통신에 “토네이도와 기후변화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토네이도가 인구밀집지역을 강타한 데다 최근 이동식 주택 인구(미국인의 7%)가 늘어난 것이 피해를 키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동태평양 수온이 낮아져 이상 기후가 발생하는 라니냐 현상과의 연관성도 제기된다.
화산재, 유럽 하늘길 멈추게 하나
21일부터 계속된 아이슬란드 그림스보튼 화산 분출로 24일 영국 북부의 하늘길이 막혔다. 영국항공(브리티시에어웨이)과 KLM 등은 영국 북부를 오가는 항공편을 잇따라 취소했다. 유럽 항공교통관제센터는 이날에만 유럽 지역에서 총 500편의 비행이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유럽을 순방중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화산재로 전용기(에어포스 원)가 뜨지 못할 것을 우려, 일정을 하루 앞당긴 23일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이동했다. 런던에서 열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하는 FC바르셀로나도 예정보다 빨리 영국에 도착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화산재는 이날 저녁 노르웨이,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 상공으로도 퍼져나갔다. 그러나 항공편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본토로도 화산재가 확산될 수 있어 26, 27일 도빌에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프랑스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지난해 항공편 10만여대의 결항을 야기했던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 후유증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엔 승객 1,000만여명의 발이 묶였고 항공업계는 17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물론 영국 BBC는 “지난해 폭발에 비해 분출 규모는 크지 않고 화산재 입자가 굵어 지난해보다 빨리 지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항공대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지난해보다 초당 10~100배 이상 많은 화산재가 초기에 분출됐다는 점은 근심거리라고 BBC는 덧붙였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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