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5일째인 2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주요 일정 가운데 사실상 공개적으로 부각된 것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산업시찰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초청 목적을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 데 부응하듯, 김 위원장은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잇따라 방문해 '경제공부'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21일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의 중국 대표 자동차 제조 업체인 이치(一汽)자동차를, 23일엔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시 한장경제개발구에서 세계 최대 태양광 전지업체로 부상중인 징아오(晶澳) 태양능과학기술공사 등 2곳의 현지 IT업체들을 방문했다. 또 24일 난징(南京)에선 중국 전자공업의 요람으로 꼽히는 판다전자(熊猫電子)를 방문했다.
이치 자동차는 북한에 대한 생산시설 투자소문이 나도는 등 북한이 투자유치에 매달리고 있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또 심각한 전력난의 북한으로서는 차세대 에너지 태양광 발전에 관심이 높아 징아오 방문은 김 위원장이 직접 요청했다는 설이 있다. 중국 최고의 IT기업인 판다전자는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 30여명의 중국 지도자들이 방문했을 만큼 국가적 관심과 지원을 받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이들 기업을 둘러보며 2012년 강성대국이 목표인 북한의 산업을 위한 기술력 전수와 투자유치에 관심을 표명했을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들 각 기업을 시찰하는 데 걸린 시간은 업체 당 1시간도 채 못 된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저 한번 둘러보고 '개혁 개방'을 촉구하는 중국 최고지도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이번을 포함해 김위원장의 지난 7차례에 걸친 방중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이 산업시찰"이라며 "그러나 김 위원장은 중국 경제를 매번 직접 느끼고도 북한 개혁개방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이 경제 개혁 해법 찾기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후계 구도 안정이 최대 과제인 북한에서는 권력 이양기에 왕조적 지배 체제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촉발할 수 있는 어떠한 중대한 경제 개혁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산업시찰 후에 '제2의 상하이 선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실질적인 경제 개혁 결단이 없는 한 속 빈 강정이라는 얘기이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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