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4명에 대한 국민참여재판(5명 중 1명은 일반재판 신청)이 24일 이틀째 진행됐다. 삼호주얼리호 선원 4명은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중교차통역으로 재판 일정이 지연된다는 지적에 따라 동시통역을 도입해 해적 4명은 헤드셋을 끼고 소말리아어로 통역된 증인 심문과 대답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이날 선원들에게 해적들이 고의성을 가지고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동원했는지, 모하메드 아라이가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심문을 위해 해군이 촬영한 사진 자료 10여장, 당시 조타실 단면도 등을 대형 화면을 통해 확대해 보여주는 한편, 배심원들에게 친근감을 주려는 듯 법복대신 정장차림이었다.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석 선장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갑판장 김두찬(61)씨는 "아라이가 석 선장에게 총을 쏜 게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아라이)가 조타실에서 계속 '캡틴'을 외치며 선장을 찾았고, 내 얼굴을 들어올려 확인한 뒤 다시 처박기도 했다. 잠시 후 '드르륵' 하는 총소리가 들렸다"며 "감금 당시 해적들이 입은 옷을 정확히 기억하기 때문에 해경 조사 때 석 선장을 쏜 이를 사진에서 지목했고, 그가 바로 아라이"라고 말했다.
당시 조리장 정상현(57)씨 역시 "아라이가 석 선장을 쐈다"고 진술했다. 그는 "총탄을 피해 조타실 내 배전판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댄 채 엎드려 있었는데, 겨드랑이 사이로 석 선장 앞에서 한 손으로 총을 겨누고 있는 해적이 보였다"며 증인석에서 일어나 한 손을 앞으로 내밀어 당시 상황을 시연하기도 했다. 그는 "캡틴을 찾는 목소리도 아라이였고, (얼굴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청바지와 셔츠가 분명 아라이의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피고인 중에 (증인이) 총을 쐈다고 하는 아라이를 지목할 수 있겠냐"고 요구하자 정씨는 아라이를 지목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김씨와 정씨의 주장은 직접 본 사실이 아니라 정황을 미뤄 추정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네 번째 증인으로 나온 1등항해사 이기용(46)씨는 "경찰과 검찰에 총을 쏜 사람이 아라이라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확실치가 않다.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해적 두목을 포함해 모두가 캡틴을 죽이겠다는 말을 하고, 구타와 협박을 일삼았다"고 진술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선원 4명은 모두 "당시 후유증으로 지금도 정신적인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사건 이후 불을 끈 채 잠들지 못해 보고 싶던 아내와도 각방을 쓰고 있고, 2주에 한번씩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 9시20분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진행됐다.
재판 3일째인 25일에는 석 선장을 치료한 이국종(외상외과) 아주대병원 교수와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한 압디하르 이만 알리 등에 대한 심문이 있을 예정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재판 종료 직전 압디하르 이만 알리의 심문 시간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검찰은 "증인 신청을 검찰이 했고 주어진 20분은 부족하기만 하다. 증인 신청을 검찰이 했기 때문에 변호인 측보다 많은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고, 재판부는 "변호인과 동일하게 20분으로 하되, 증인 심문 시간에서 5분을 추가로 더 주겠다"고 결론지었다.
부산=남상욱기자 thoth@hk.co.kr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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