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 5일째인 2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중국 경제중심지인 상하이(上海) 인근 장쑤(江蘇)성 성도 난징(南京)을 경유해 북서쪽으로 행로를 바꿈으로써 이번 방중의 '남순(南巡)행보'를 마감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숙박했던 양저우(揚州) 영빈관을 떠난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에 올라타지 않고 난징으로 향했다. 양저우역에 대기 중이던 특별열차는 따로 이동해 난징역에 도착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동선에는 중국 공안들이 10m 간격으로 촘촘히 배치됐고 영빈관과 난징역 근처에도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김 위원장 일행은 난징에선 국가급 영빈관인 둥자오빙관 (東郊賓館)에 머물렀다. 둥자오빙관은 중국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쑨원(孫文)의 묘역 중산릉(中山陵)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양저우에서 출발한 김 위원장은 차량으로 1시간 남짓 거리를 2시간 만에 왔다. 영빈관 도착 직전인 오전 9시50분께 중국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판다전자(熊猫電子ㆍ난징슝마오?즈)를 먼저 찾았기 때문이다. 1936년 설립된 75년 역사의 판다전자는 중국 전자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유업체로 국가급 공정기술연구센터 5곳과 신제품 개발연구소 10곳을 보유하고 있다. 평판TVㆍ휴대폰 등 전자제품과 전자부품을 주로 생산한다.
김 위원장이 이 회사를 방문하는 현장 모습은 이날 중국 네티즌에 의해 동영상 전문사이트 여우쿠(優酷)닷컴에 공개됐다. 영상에는 김 위원장 일행이 승용차 편으로 회사 정문 앞에 도착한 뒤 중국 측 경호ㆍ의전 관계자들에 둘러싸인 채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이 도착하자 중국 측 경호인력들이 황급히 차량을 에워쌌고 정문 앞에 양쪽으로 늘어서 있던 회사 관계자들과 화동이 김 위원장을 맞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타고 온 벤츠 리무진 차량의 뒷 좌석 왼쪽 문으로 연두색 상의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중년 여성 한 명이 내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여성은 김 위원장이 하차하고 6초 정도 지나서 차에서 내려 따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이 여성이 김 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이자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옥(47)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옷 차림이 상당히 세련됐다는 점, 중국 측이 밀착 경호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통역이거나 중국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40분 정도 회사를 둘러본 후 난징 영빈관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어 난징 외곽 신도시 허스(河市)에 위치한 올림픽 주경기장과 세계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올림픽 주경기장은 올해 난징에서 개최되는 청소년 올림픽을 위해 건설 중에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영빈관에서 중국측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는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5분께 난징역을 출발해 북서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허베이(河北)성 우한(武漢)의 중화학공업단지를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이날 저녁 장쑤성 북부 쉬저우(徐州) 지역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돼 베이징행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물론 중간에 베이징 근처 톈진(天津)을 들를 수도 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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