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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67> "제 전처에게 좋은 남자 소개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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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67> "제 전처에게 좋은 남자 소개시켜주세요"

입력
2011.05.2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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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사업을 해서인지, 아니면 결혼을 해서인지, 이혼 소식을 들을 때면 기분이 참 안 좋습니다. 행복하던 얼굴에 증오의 기운이 감돌면서 서로 헐뜯는 부부들을 보면 '저 업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나?' 싶기도 하고요.

당장 분풀이는 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순간 그 감정의 기억이 삶을 짓누르게 됩니다. 그래도 한때 사랑한 사이 아닙니까? 아무리 감정은 변하는 것이라 해도 어떻게 하든 더 많이 챙기려 들고, 더 많이 상처 주려고 하는 것은 부부로 연을 맺고 살던 지난날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입니다.

일이 일인지라 결혼하는 부부들만큼이나 이혼하는 부부들도 많이 봅니다. 만남, 교제, 결혼, 이혼 과정을 다 지켜본 부부들도 있고요. 어떻게 헤어지느냐가 이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어느 날 한 남녀가 회사로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오빠가 여동생을 회원으로 만들려고 온 줄 알았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제 막 이혼도장을 찍은 부부였습니다. 부부가 이혼을 하고 각자 새 출발을 하겠다는 뜻을 알리려고 온 것일까요? 아니었습니다. 전 남편이 전 부인을 가입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자기와는 인연이 끝났지만, 그녀가 좋은 사람을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참 쿨하다 싶으면서도 '정말?' 하고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몹시 안 좋게 갈라서는 부부들을 많이 본 탓입니다.

이혼을 한다고 다시는 안 보게 됩니까? 최근 10년 동안 이혼한 남녀 2,033명을 조사해보니 평균 결혼기간이 약 7년3개월이었습니다. 그 세월이면 대개 자녀가 한 둘은 있을 테고, 이혼 뒤에도 아이들로 인해 관계는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잘 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볼 때 힘이 덜 듭니다.

아무리 이혼이 흔해졌다고 해도 당사자로서는 처음 겪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안색이 어둡습니다.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상처를 받고, 헤어지기까지 또 상처를 받고, 혼자가 돼서도 심적 부담이 크니 어쩔 수 없지요.

이혼을 하게 되면 누구든, 어떻게든, 상처를 입게 됩니다. 최대한 잘 헤어지는 것이 최선입니다. 함께 살기 싫어서 헤어지는 마당에 상대방의 처지를 배려해주는 이가 몇이나 될까요?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채 원수가 돼 돌아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그 '원수'가 잘 산다는 소식을 들어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점입니다. 행여 불행해지기라도 하면 못되게 굴었던 것이 생각나 찜찜하다고들 합니다. 만남도 그렇지만, 헤어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남녀관계인 모양입니다.

게시판을 보니 어느 이혼남의 넋두리가 눈에 띕니다. '달라는 대로 다 주고 그냥 이혼해 버렸다. 겨우 30대 중반인데, 빚이 몇 천 만원이다. 친구들은 말한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왜 줬냐고.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뭘 먹고 살아갈까? 이혼남의 꼬리표가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데, 이혼녀란 꼬리표를 달고 어떻게 살아갈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니 그냥 주고 싶어졌었다.'

어느 한 순간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는 없습니다. 그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부부는 같은 상처를 지니게 됩니다. '저 사람도 나만큼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미워하면서 헤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상대를 향한 증오는 내 얼굴이 되고 맙니다. 그 다음부터는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잘 살지 못했다면, 헤어지기라도 잘합시다.

■ 남녀본색

자녀는 이혼자들에게 큰 고민거리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2000~2009년 10년 동안 이혼한 남녀를 대상으로 자녀 유무에 따른 결혼생활 기간을 조사했다. 대상은 자녀가 있는 이혼자 961명, 자녀가 없는 이혼자 1072명이다.

그 결과, 자녀가 있는 이혼자의 평균 결혼생활 기간은 116.7개월(약 9.7년), 자녀가 없는 이혼자의 평균 결혼생활 기간은 60.7개월(약 5.1년)이었다. 자녀가 있는 이혼자의 결혼기간이 배 가량 긴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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