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제품이라면 중후장대(重厚長大)한 기계를 떠올리기 마련. 그러나 당차면서도 알찬 기계들도 여럿 있다. 중공업 회사들이 '틈새시장'공략을 위한 맞춤형 전략으로 내놓은 중소형 기계들이다.
현대중공업은 24일 좁은 공간에서도 화물을 쉽게 옮길 수 있는 소형 물류차량 '오더피커'(Order Picker)를 개발, 시판에 나섰다. 오더피커는 지게차와 달리 운전석과 포크(Forkㆍ짐을 싣고 나르는 부분)를 동시에 들어 올려 작업자가 높은 선반에서 화물을 쉽게 옮길 수 있다. 주로 물류센터나 자동차 부품업체 등에서 다량의 부품을 옮길 때 쓰이며, 국내에서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오더피커는 좁은 물류 창고의 선반 사이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크기다. 또 1∼1.36 톤의 화물을 쌓는 포크가 최대 9m까지 올라갈 수 있어 높은 선반 위 화물도 쉽게 옮길 수 있다. 가격은 수입품의 70∼80% 수준으로 정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땅 값이 비싸지면서 갈수록 창고를 좁고 높게 지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더피커의 쓰임이 많아질 것"이라며"지난달 오더피크 양산 후 북미지역 등 해외시장에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이동식 발전설비(Packaged Power Station)도 맞춤형 장비의 좋은 예이다. 이 발전기는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을 주 기관으로 하고 있다. 발전기를 돌리는데 필요한 설비를 40피트급 컨테이너에 담아 손쉽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발전ㆍ송전시설이 취약한 지역에서 각광 받고 있다.
2005년 이후 쿠바에만 544대가 수출돼 쿠바 전력의 35%가 이 발전기에서 만들어진다. 쿠바의 10페소 지폐에'에너지 혁명'이라는 글귀와 함께 발전기 그림이 실릴 만큼 명물로 꼽히고 있다. 또 중동, 중남미 등에서도 큰 인기고, 2010년 아이티와 칠레에서 발생한 강진에도 고장 없이 가동 돼 그 성능이 증명됐다. 최근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피해 지역에 이 발전기 4대를 보내, 지진 피해 지역의 2만6,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데몰리션 굴삭기', '레일웨이 굴삭기'도 유럽형 맞춤형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건물을 부술 때 폭약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데몰리션 굴삭기를 자체 개발했다. 또 철도 레일 설치나 철도 건설 관련 작업을 하는 레일웨이 굴삭기도 철도와 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바퀴를 이중으로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유럽 고객들은 다양한 용도에 맞춘 제품을 까다롭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맞게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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