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신도를 끌어 모으고 있는 어떤 신흥종교의 교주가 있었다. 그 교주가 사기꾼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신도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고 그를 더욱 감싸주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 의해 그가 사기꾼이라는 증거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하지만 신도들은 여전히 '조작이다', '음해공작이다'라고 외치며 진실을 거부했고 교주에 대한 숭배를 철회하지 않았다. 아마 이런 얘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대번에 그 신도들을 '광신도'라고 칭할 것이다. 진실에 근거하지 않고 불공정하게 그리고 편파적으로 누군가를 감싸면서 지키려 하는 행위는 광신도의 전형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심리현상은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는 차이만 있을 뿐 사회적으로 볼 때 아주 흔한 편이다.
연예계 스타와 열성적인 팬 사이에서도 스타의 잘잘못이나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그를 옹호하거나 감싸주는 팬들이 자주 목격되는데, 이렇게 스타를 무조건적으로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 팬들의 행위를 일컬어 '쉴드치다'라고 한다. '쉴드치다'는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방어하고 보호하려는 맹목적인 행동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여기에서 영어로 방패(Shield)를 뜻하는 쉴드란 게임 등에 등장하는 '방어막'이나 '방어마법'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습관적으로 쉴드를 치게 되는 것일까? 하버드대 교수인 데이비드 퍼킨스(David Perkins)는 이렇게 말했다.
"사고과정은 대개 그럴듯한 증거를 찾아내면 생각을 멈추는 형태를 취한다. …어떤 입장을 취하면 그것을 지지하는 증거를 찾고 우리가 취한 입장을 지지해줄 만한 '이치에 맞는' 증거를 발견하면 생각을 멈추는 식이다."
이렇게 사람은 자기가 선호하거나 고수하려는 견해에 부합되는 첫 번째 주장이 나오면 그것을 채택하고는 더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말이 된다(make sense) 규칙'이라고도 한다. 왜 사람들은 이런 규칙을 사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어떤 자극에 대해 우선적으로 감정반응부터 하고 나서 그 다음에 판단이나 추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4대강 사업이 옳으냐 틀리냐를 논리적으로 곰곰이 따져보고 나서 찬성과 반대를 결정하는 게 순서적으로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보다 약간의 단서만으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호ㆍ불호의 감정부터 결정하고, 그것에 따라 찬반 증거를 채택한다. 그런데 이때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정반응은 주로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즉 4대강 사업으로 이익을 보는 이들은 호감, 그것으로 손해를 보는 이들은 반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해관계의 차이, 그에 따른 감정의 차이가 기본이고 증거나 논리는 그 다음이라 반대파를 설득하기가 그리도 어려운 것이다.
아무튼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지만 않다면, 좋아하는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쉴드를 치는 것은 보편적인 심리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왜 쉴드를 치는지 그 이유까지 알게 되면 부작용을 제어하기가 쉬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한층 도움이 될 것이다.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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