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8시37분 지하철 9호선 당산역. "신논현역 방향으로 가는 일반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이 서둘러 뛰어와 열차에 올라탔다. 간발의 차로 열차를 놓친 석모(36)씨는 "국회의사당역까지 한 정거장을 가는데 이 열차를 못 타 15분을 기다려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8시43분과 49분에 열차 두 대가 왔지만 모두 급행열차여서 석씨처럼 급행열차가 서지 않는 역에 가는 사람들의 줄은 늘어만 갔다. 인천에서 1ㆍ2ㆍ9호선을 갈아타고 출근한다는 석씨는 "1, 2호선은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놓쳐도 5분만 기다리면 되는데 9호선은 너무 오래 기다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8시51분 도착 예정인 일반열차는 53분이 돼서야 도착했다. 37분 일반열차가 떠난 지 16분 만이다.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전동차 안으로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인파에 떠밀려 전동차에 못 탄 김모(23)씨는 "어차피 늦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유일한 민자 지하철인 9호선이 긴 배차간격으로 승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달부터 9호선 운영사는 이용객이 늘자 평일 출근시간에 임시 급행열차를 추가 투입했다. 하지만 급행열차의 간격은 짧아졌지만 일부 일반열차의 배차 간격은 오히려 더 벌어지게 됐다.
당산역의 경우 3월까지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신논현 방향으로 가는 급행열차가 3대(8시3분, 23분, 43분) 있고, 그 사이에 일반열차 2, 3대가 운행했다. 급행열차의 배차간격은 20분으로 일정했고, 일반열차의 가장 긴 간격은 12분이었다. 4월부터 이 시간대에 임시급행열차 2대가 추가 운행하면서 급행열차의 간격은 최소 6분으로 줄었지만 일반열차의 간격은 최장 14분으로 늘었다. 일부 역에서 일반열차의 배차간격이 늘어난 것은 급행열차가 증편된데다 연속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9호선 기점인 신논현ㆍ가양ㆍ김포공항역의 경우 급행열차 두 대가 연속으로 출발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급행열차가 일반열차를 따라잡으면서 일부 구간의 경우 급행열차만 두 대 연속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노량진역에서 신논현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의 경우 오전 8시45분 일반열차가 떠나면 급행열차가 두 대 연속으로 지나가고 59분에 돼야 일반열차가 들어온다. 동작역에서 김포공항역 방향으로 가는 노선도 오전 8시14분과 26분 일반열차 사이에 급행열차 두 대가 잇따라 지나간다.
이에 대해 9호선 관계자는 "출근시간 급행열차 수요가 많아 편 수를 늘리면서 일부 일반열차 이용객에 불편이 생기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열차 48량을 추가 투입하는 10월까지 기다려야해 시와 조기 투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 투입 열차가 5월부터 순차적으로 인계되는데 시험운행 등을 거친 일부 차량부터 단계적으로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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