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을 지을 때 누가 살 것인지를 고민하듯 마을을 누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건축가는 건물뿐 아니라 도시의 겉과 속을 함께 아우르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일본 건축가 오카베 도모히코(岡部友彦ㆍ34) 고토랩 대표는 건물 대신 도시를 새로 짓는다. 그는 일본 항구도시 요코하마(橫濱)의 낙후된 지역인 고토부키(寿駅)를 요코하마 최고의 관광지로 일궈 냈다. 고토부키는 2차 세계대전 후 항만에 종사했던 일용직 노동자들이 살던 여인숙 거리로 번성했지만 사람들이 떠나 빈방이 많은 유령 지역으로 변했다. 그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2011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주간'을 맞아 23일 한국을 찾아 지역재생 프로그램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건축사무소를 내기 위해 2004년 고토부키를 처음 찾았던 오카베는 그 지역에 유달리 빈방이 많고, 노령인구와 노숙자가 대부분인 것을 발견했다. 실제 인구(6,500명)의 절반 이상이 65세 고령자였고, 80% 이상이 생활보호대상자였다. 또 4.9㎡(1.5평)안팎의 쪽방이 8,600여개인데 그 중 1,500개 가량이 비어 있었다. 그는 "빈방이 너무 많아 문제라는 현지인들의 말에 '그럼 남에게 빌려주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아도는 쪽방을 값싼 숙소로 개조했다. 고토부키에 유스호스텔을 만든 것. 고토부키는 요코하마 시가지 바로 옆이고, 도쿄(東京)와는 전철로 1시간 거리다. 가격은 1박에 3,000엔(약 3만9,000원)으로 다른 숙소의 절반 수준으로 했다.
일부 주민들은 그의 생각에 손사래를 쳤다. 주거 공간이 외부인에게 노출된다는 것이었다. 오카베는 마을에 공동 공간으로 쓰는 프런트와 라운지를 만들고,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정 거리를 유지케 했다. 또 길바닥을 포장하고, 화단도 가꿨다.
지역 내 2개 건물에서 시작한 유스호스텔 프로젝트는 2008년 어느새 6곳으로 늘었다. 요코하마에 있는 공연장 스타디움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들이 이곳에 묵었다. 예술가 등도 이곳을 찾았다. 도시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고, 매출도 조금씩 늘었다.
오전에는 자그마한 벼룩시장도 열린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다 보니 생계수단은 없고 의료비 부담은 컸죠. 그런데 아침시장을 열어 물건을 사고 팔면서 돈을 벌었고, 건강도 한결 나아져 의료비 부담이 줄었죠. 정부 차원에서는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됐고, 아낀 세금으로 지역 공공사업 등에 환원되는 선순환이 일어났어요."
비결을 묻자 그는 "정부가 알아서 지원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 지역 활용 방안을 가지고 주민과 파트너십을 맺고, 그 환경이 지속되도록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고토부키 유스호스텔은 현재 일본대지진 여파로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었지만 그 자리를 집을 잃은 내국인의 임시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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