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그제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발표키로 했다가 연기했다. 여당이 협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며 보완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통위가 검토해 온 인하방안은 문자메시지 추가 무료 제공, 음성ㆍ문자ㆍ데이터를 각각 분리해 필요에 따라 요금을 설계할 수 있는 모듈형 요금제, 노인ㆍ장애인ㆍ청소년 신규 가입자의 가입비 인하 등이었다. 하나같이 수혜 대상이 한정돼 있고 할인 효과도 크지 않은 것들이다. 3월 초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포함한 통신비 인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두 달 이상 작업한 결과치고는 초라한 수준이다.
국민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치는 기본료와 가입비 인하,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정액요금제 인하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기본료 수입은 8조7,000여 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8%나 됐다. 기본료를 대폭 인하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의 통신비 인하를 기대할 수 없다. 현 요금제는 통화량과 관계없이 최소 1만원 이상의 기본료를 내도록 설계돼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보다는 통신업체들의 폭리를 보장해주는 불합리한 구조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3조6,000억원의 이익을 냈고, 올 들어서는 이익 규모가 더 커져 1분기에만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월 1,000만명을 돌파한 스마트폰 가입자가 연말이면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가계의 통신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가계 지출 중 통신비 비중은 선진국의 3배나 된다.
통신비 20% 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거절하는 등 실효성 있는 통신비 인하안 마련에 소극적이었다. 과연 정책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통신업체 편을 들어온 게 사실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2기 위원회 취임식에서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야말로 그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기 바란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아예 발표를 하지 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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