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과의 불륜설에도 법원의 보도금지 명령에 따라 'CTB'란 이니셜로만 알려졌던 영국 최정상급 축구 선수(본보 23일자 16면 참조)가 맨체스터유니이티드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39ㆍ사진)인 것으로 확인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실정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SNS를 통해 긱스의 이름이 공개된 것과 관련 언론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일부 유명인사들이 법원 명령을 끌어 들여 사생활이 언론에 공표되지 못하도록 해 왔으나 SNS로 인해 이러한 전략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보듯 긱스는 법원의 보도금지 명령으로 합법적으로 불륜설을 잠재우는 듯 했고 언론사들도 긱스가 당사자임을 알고도 보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8일 트위터에 익명으로 불륜설의 당사자가 긱스라는 글이 올라온 뒤 이러한 사실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렇게 되자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정작 법을 지킨 언론사만 보도하지 못하는 일어 벌어졌다.
SNS가 법원의 명령을 무력화한 꼴이지만 이젠 SNS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영국 자민당 소속 하원의원인 존 헤밍은 23일 " 긱스 이름을 거론한 (네티즌) 7만5,000명을 전부 감옥에 넣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사실상 SNS의 언론 기능과 개방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역시 영국 지상파 채널인 ITV에서 보도금지 명령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제러미 헌트 문화장관도 의회에서 보도금지 명령 규정의 개정을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도 언론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다 하지 않는 데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부인과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긱스는 현재 트위터 본사에 실명을 올린 이의 이름과 인터넷 주소(IP) 등을 넘겨달라고 소송을 낸 상태다. 그는 박지성 선수의 동료로, 깨끗한 사생활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신망을 받아 온 터여서 팬들의 충격은 더 크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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