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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성씨, 서울대 농생대 '프로정신과 직업의식' 특강/ "상대방 증오하지 않고 즐기는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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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성씨, 서울대 농생대 '프로정신과 직업의식' 특강/ "상대방 증오하지 않고 즐기는 승부해야"

입력
2011.05.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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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승부를 즐기지 못하고 경직된 승부를 해요. 고스톱 칠 때 뒷장을 왜 그렇게 세게 때리는지. 외국인들이 물어요. ‘세게 치면 2점 주냐’고.”

24일 오후 서울대 교내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열린 특별강연 ‘프로정신과 직업의식’에서 하일성 전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현 KBS 야구해설위원)은 시종일관 “상대를 증오하지 않는 승부, 스스로 즐기는 승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의 삶과 야구에 오롯이 밴 충고다. 하 위원은 2001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11시간 동안 대수술을 받았던 인생 최대의 고비가 경직된 승부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의학적으로는 술 담배 때문에 건강이 악화됐지만 실제로는 일을 부와 명예를 얻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쫓기며 살았기 때문이에요.”

위기의 시간을 지나며 그는 승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하 위원은 “다른 사람들은 다 문병 와서 ‘병이랑 싸워 이겨라’라고 했지만 코미디언 구봉서 선배만 유일하게 ‘야, 병한테 못 이겨. 좋은 친구 생겼다 생각하고 잘 지내’라고 했다”며 “우리 인생에서 승부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즐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승부를 즐기는 방법은 뭘까. 하 위원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즐겁게 경쟁하는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꼽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야구팀이 일본대표와의 경기에서 병역 면제혜택이라는 동기를 두고 싸워 승리했지만, 이후 쿠바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동기가 확 떨어져 승리를 낙관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승엽이 ‘국가가 면제혜택을 줬으니 국민을 즐겁게 해줄 의무가 있다. 그게 프로다’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해 팀의 승부욕이 바로 잡혔다”고 회고했다.

물론 노력도 빼 놓을 수 없다. 2할9푼과 3할은 1% 차이지만 야구에서는 엄청난 격차라 했다. 2할9푼은 주변의 도움 혹은 운으로도 갈 수 있지만 여기에 1푼을 더하려면 본인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하 위원은 “여기 온 서울대 생들은 대충만 살아도 2할8푼, 9푼을 살 수 있는 분들”이라면서 “하지만 인생이 아깝다. 1푼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프로가 갖고 사는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야구 해설 때 에피소드 등 사례를 곁들인 하 위원의 화려한 입담에 강연장은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참석학생들은 배꼽을 잡았다.

이어진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월남전 참전용사인 그에게 ‘고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한 학생이 질문하자 그는 “나는 고엽제 환자로 장애인 판정을 받고 매달 66만원씩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며 “당시 월남전 참전 때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제 오래된 일이라 말하기는 그렇고 환자라는 것만 알아달라”며 말을 맺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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