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기분 좋은 출발이다. 시즌 두 번째 그랜드슬램 대회인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에서 노박 조코비치(23ㆍ랭킹2위ㆍ세르비아)가 상쾌한 첫 걸음을 뗐다. 조코비치는 23일(한국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근교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1회전에서 티모 데 바커(22세ㆍ71위ㆍ네덜란드)를 상대로 1시간32분만에 세트스코어 3-0(6-2 6-1 6-3)으로 일축하고 2회전에 올랐다. 2회전 상대인 빅터 한스쿠(30ㆍ루마니아)와는 앞서 5번 대결해 모두 이긴 바 있어 조코비치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따라서 시즌 개막 39연승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문제는 3회전부터다. ‘지뢰밭 대진표’가 조코비치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3회전 상대로 유력한 후안 마틴 델포트로(22세)를 넘어야 한다. 델포트로는 2009년 로저 페더러(29세ㆍ3위ㆍ스위스)를 3-2로 꺾고 US오픈 챔피언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국민 영웅이다. 비록 지난해 손목부상으로 무대에 서지 못해 랭킹이 200위권으로 추락했으나 올 시즌 투어에 복귀, 26위까지 끌어올렸다.
조코비치는 델포트로와 역대 3전 전승을 챙겼으나 2년 전의 전적에 불과하다. 둘 다 오른손잡이로 경기운영 스타일이 비슷하다. 조코비치가 2007년, 2008년 4강 진출이 최고성적이듯이 델포트로도 2009년 4강까지 올랐다. 조코비치는 두 차례의 준결승에서 모두 라파엘 나달(24세ㆍ1위ㆍ스페인)에 무릎을 꿇었고, 델포트로는 페더러의 벽에 막혔다. 조코비치가 송곳같은 스트로크가 일품이라면 델포트로는 2m에 가까운 장신에서 우러나오는 총알서브와 함께 코트 커버력이 뛰어난 편이다.
조코비치가 ‘운 좋게’ 델포트로를 꺾고 3회전을 통과하면 이번엔 리차드 가스케(25ㆍ13위ㆍ프랑스)가 16강 길목에서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테니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가스케가 홈 코트의 이점을 안고 이변을 노릴 만 하다.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오르면 미하일 유즈니(28세ㆍ13위ㆍ러시아)와 존 맥켄로의 한 시즌 42연승 타이를 놓고 일합을 겨뤄야 할지 모른다. 조코비치는 특히 유즈니와 4승3패로 호각세를 이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조코비치가 4강에 오르면 결승진출 마지막 시험대로 페더러가 0순위로 꼽힌다. 페더러가 올 시즌 3전 전패로 조코비치에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43연승 새 기록 탄생의 희생양으로 자신의 이름을 순순히 내줄지는 미지수다.
조코비치는 비록 결승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살얼음판을 걷듯 마음 졸이며 지뢰밭을 통과한 대가는 달콤하다.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기 때문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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