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거라 깜짝 놀랐어요. 덕분에 건축학도로서 스스로와 진로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학부생으로서 올해 초 열린 남미의 콜롬비아 메델린 중심부에 세울 박물관 설계 국제현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정은혜(24)씨는 10일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에 재학 중인 정씨는 같은 과 학생인 김연문(26) 박준호(25) 이지연(24)씨와 함께 지난 1월 콜롬비아국립대학이 주최한 'City Museum in Medellin 2010' 국제 현상 공모전에 도전, 'Beyond the Icon(아이콘 그 너머까지)'이라는 작품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공모전은 콜롬비아 제2도시인 메델린 중심부에 있는 누띠바라(Nutibara) 언덕에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면서도 도시의 상징물이 될 만한 박물관 건립 계획을 제안해 달라는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씨 등의 수상작은 높이 45m, 9층 규모의 박물관 중심부에 빈 공간을 만들어 만남의 장소, 야외광장, 공연장 등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토록 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이 공간이 '박물관을 방문한 사람ㆍ도시 경관ㆍ자연 환경'을 아우르는 도시의 거대한 창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도시의 아이콘'을 만들어달라는 공모전의 취지에 주목하고 주변을 죽이는 휘황찬란함보다는 경관을 살리고 건물도 주목 받는 디자인을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지난해 2학기 설계 수업을 들으면서 인연을 맺은 이들은 이번 공모전 출품을 위해 '스튜디오X'라는 이름의 팀을 구성하고, 지난 1월부터 한 달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박물관이 들어설 현장에 직접 가볼 수 없다는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위성사진을 통해 주변 지형과 경관을 익혔다. 정씨는 "언덕 자체가 이미 메델린의 상징인데 그 위에 다시 아이콘이 될 건축물을 짓는다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며 "게다가 축제 공간이 돼야 하는 곳에 인공적인 건축물이 들어서면 환경에 반하는 시도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돼 '건물만 주목 받게 하지 말자'는 모토로 구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박물관을 제한 높이인 최대 100m에 절반도 안 되는 45m 높이로 낮게 설계하고 박물관을 언덕 정상이 아니라 중턱에 세우도록 해 건물이 있는 언덕이 주목 받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메델린은 콜롬비아에서도 마약 등 나쁜 이미지를 가진 도시로 알려져 있다. 우리 건물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도시 이미지가 점점 나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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