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시작된 이번의 세계 대공황은 20, 21세기에 나타난 세 번째 대공황이며, 현실적으로는 기존의 자본축적 방식과 국내의 계급 관계 및 세계 질서를 재편하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국내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꼽히는 김수행(69ㆍ사진)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최근 발간한 책 <세계대공황> (돌베개 발행)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김 교수는 "각종 시장의 거품 붕괴, 대규모 실업, 비정규직의 양산, 물가 상승, 임금 저하, 빈곤의 증가와 빈부 격차의 심화, 국가 간 무역 전쟁과 환율 전쟁 등을 두고 정부와 언론이 습관적으로 경제위기라고 표현하는 오늘날의 이 현상들을 공황국면으로 진단한다"고 했다. 세계대공황>
그는 "회복으로 향할 수도 있는 갈림길을 위기라고 정의할 때 세계경제는 위기를 이미 지나쳐 공황에 들어선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 번째 대공황과 관련해 "1930~38년과 74~82년의 세계 대공황 다음으로 나타난 이번의 공황이 세 번째 대공황이며,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3차 세계 대공황을 이전 두 차례의 대공황과 구별 짓게 하는 것은 금융이라는 키워드다. 즉 이번의 세계 대공황은 실물경제와 금융 기업에 의한 사상누각의 현대 경제체제가 빚어낸 공황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 시작은 미국 주택시장 거품의 붕괴였다.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생겨난 거대한 유휴화폐자본, 즉 노는 돈은 투기자금으로 전환돼 주택 정보기술(IT) 등 각 부문 시장에 거품을 일으키며 손쉽게 부자들의 배를 불렸고,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친기업이라는 구호 아래 계속해서 저하되면서 그 자리는 거대한 빚으로 메꿔지도록 권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경제라는 찬사를 받으며 거듭돼 온 현대 자본주의의 성장이란 이렇게 거품 속의 자산 상승효과와 저소득층에 대한 수탈적인 방법에 의해 지탱돼 온 것"이라며 "지금 한국 사회도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촉발된 제2금융권의 붕괴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부실 및 특혜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세계 대공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한 마르크스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이 책에 대해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일반 공황 이론과 현재의 한층 심화한 금융공황 발생 과정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며 "리먼브라더스 파산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의 용어를 피상적으로 접해 왔던 독자들에게도 작금의 경제 상황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책을 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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