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는 한국 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파문을 매우 위중한 사안으로 보고 모든 의혹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23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안이하게 다룰 경우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여중생 사건처럼 걷잡을 수 없는 반미감정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여중생 사건 당시 발생 두 달이 다되도록 책임을 미루다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불렀던 것과 대조적으로 미8군이 사태초기 한국 정부와 공동조사에 합의하며 발 빠른 대응을 하는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들어 한국 정부의 현장접근을 불허하는 방식으로는 미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한국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관심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는 주무 당국인 주한미군 등 국방부 뿐 아니라 백악관, 국무부의 한반도 안보라인까지 공동 대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한국에서의 공동조사와 별개로 매립 당시 관련자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자료를 검색하는 등의 진상규명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고엽제 매립을 폭로한 전 주한미군 병사 스티브 하우스(54)씨에 대한 면접조사를 통해 사실 확인 작업을 벌였다. 애리조나 피닉스 외곽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미군 장교 3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조사에서 하우스씨는 1978년 고엽제를 매립한 장소와 방법, 매립작업 경위 등을 자세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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