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는 그때 그곳에서 네가 떨어뜨린 시간의 잎새다. (중략) 너는 내게 네 몫의 삶을 다 주고 한마디 말도 없이 훨훨 날아가 버렸다.” 극단 실험극장이 올해 첫 무대 ‘바람이 분다’로 50년 실험의 맥을 잇는다.
이번의 실험은 객석을 쓸쓸함의 극으로 몰고 가려 한다. 견인차 운전사 해미와 비인,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소녀 이야 등 세 명이 쏟아 내는 독백과 방백, 그리고 어긋난 대화가 무대에 자욱하다. 삶의 쓸쓸함을 눈치 챈 이들은 루저라기보다 죽은 자와 산 자 사이를 서성대는 존재에 가깝다.
운전자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지만 무대에 자동차는 없다. 무대의 관건은 현실과 상념의 공간을 넘나드는 지문과 대사를 어떻게 실재시키느냐 하는 것. ‘봄날은 간다’ 등 시적 이미지가 강한 희곡을 발표해 온 최창근 작가의 작품이다.
연출자 류주현(41)씨는 무대를 바람의 연극이라 한다. 그는 “실험과 사실적 면이 융화된 파격의 무대”라며 “한마디로 ‘슬픔의 극복’”이라고 압축했다. 그는 이어 “이 무대는 문학과 연극 무대의 관계를 재조명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0~26일 대학로예술극장소극장. (02)889_3561, 2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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