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단기외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단기외채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때마다 급격히 유출되며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던 주범. 정부가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 등 선제적 처방을 내놨지만, 증가세가 쉽사리 멈춰 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3월말 현재 대외채무 잔액은 3,819억달러로 작년 말보다 219억달러 증가했다. 잔액 자체도 사상 최대 규모이고, 증가액 역시 2008년 1분기(248억달러) 이후 3년 만에 최대폭이다.
대외채무 중 특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이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외채. 올 들어 117억달러 증가하면서 3월말 현재 1,467억달러까지 늘어났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3분기(126억달러)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단기외채비율)도 다시 상승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0%를 웃돌았던 이 비중은 작년 말 46.3%까지 낮아졌으나 지난 3월말 49.1%로 2.8%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단기외채가 급증하는 것은 선물환 거래와 연계해 은행들의 외화 차입이 증가한데다, 원화 용도의 국내 외화표시채권(김치본드) 발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는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언제든 단기외채가 일시에 유출되면서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며 “특히 두 차례 위기를 경험한 우리나라로서는 단기외채 관리에 상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이에 따라 단기외채 급증을 차단하기 위해 은행들의 선물환포지션 한도(선물환 매입과 매도액 간의 차액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를 6월부터 현행보다 20%씩 줄이고, 김치본드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얼마나 단기외채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한국은행에서 김중수 총재 주재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외자 유출입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응해 외환시장 안정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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