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회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무대에서 거장 펜데레츠키의 지휘로 협연했던 김소옥(29). 거장은 그에게 노장은 “최고의 테크닉을 가진 전도유망한 환상의 아티스트”란 말을 남겼다.
그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부친을 따라 2세 때 영국으로 가 5세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나 1년 뒤 바이올린으로 바꾸고 런던심포니의 협연자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다. 이어진 화려한 무대에서 신동이란 호칭을 거부하며 보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행해 달려 왔다.
런던타임스는 그가 해석한 바르톡에 대해 “강렬하고도 아름답다”며 “텍스트와 악기에 대한 통찰력”을 그 요체로 꼽았다. 후기낭만파 작곡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에서도 그의 연주는 강한 여운을 남긴다. 자기 해석에 대해 갖는 확신이 연주력과 결합할 때 우러나는 상승효과다.
그가 열흘 정도 머물 요량으로 한국에 들렀다. 그의 가르침을 받기 원하는 국내 바이올린 학도가 초등생에서 대졸자들까지 줄을 서 있다. 하루 서너 명씩 레슨을 하고, 오케스트라와 마티네 연주도 치른다. 그는 “공연은 기본적으로 육체노동”이라는 신념에 충실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전환점을 맞고 있다. 선천적으로 약했던 왼손의 뼈가 결국 문제다. “나이 드니 힘을 잘 쓸 수 없게 되고, 쉬 피로해지고 잘 다쳐요. 태어날 때부터 왼손의 뼈가 약했죠.” 손가락의 근육이 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희귀병이다. 지난해 7개월 동안 연주를 못 한 이유다. 지극히 섬세한 연주 행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라 수술은 언감생심이다.
쉬는 김에 임대로 쓰는 1706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도 3개월 전 전문 수리공에게 보냈다. “제게 맞게 네크 각도를 수리 중이죠. 현재 악기는 레바논의 개인 스폰서가 제공한 1702년산 인데 8월까지는 써 가며 제 것으로 만들어야죠.”
예기치 못한 휴식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연주란 삶의 태도, 아픔이 우러나오는 거에요.
그래서 깊고, 복합적인 음악이 좋아요.” 성숙이란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또 그는 “옛날의 음악은 당의정”이라고 한다. ‘새롭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는 일반론의 내면화일 것이다.
3월 바흐의 ‘샤콘느’ 등 무반주 곡으로 카네기홀 데뷔 무대를 가졌다. 내년에는 류재준씨의 새 작품을 뉴욕필하모닉과 함께 연주키로 돼 있다. 바로크에서 현대까지를 아우른다.
그는 요즘 영국의 현대 음악작곡가 브라이언 퍼니호(68)에 관심이 간다. “악보 읽는 데만 한 달 걸릴 정도로 매우 복잡한 음악이지만 연주하고 나면 자유를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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